지난해 대선과 올해 총선을 치르면서 정계에 진출한 ‘폴리페서(polifessor)’가 대학가에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16대 총선에서는 55명, 17대에서는 72명의 교수가 출마하였으며, 이번 18대 총선에서 교수출신 후보자는 49명이었다.

본교에서도 폴리페서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범훈 총장이 이명박 대통령후보자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을 맡아 학내ㆍ외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켰으며, 2005년 1월에는 계속된 총선 출마로 인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던 신문방송학과 김왕석 교수가 학생회의 퇴진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났다.

18대 총선 김효석 교수 등 4명 당선

본교에 17대 국회의원 당선 후 휴직 중인 교수는 3명이 다. 경영학과 김효석 교수(통합민주당, 전남 담양·곡성·구례)는 지난 1998년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에 임명되면서 휴직한 이후 16ㆍ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휴직기간을 연장하여 올해로 11년째 휴직 중이다. 또한 사회체육학부 안민석 교수(통합민주당, 경기 오산)와 이군현 교수(한나라당, 경남 통영·고성)는 지난 2004년부터 4년째 휴직 중이다. 이들은 모두 오는 5월 31일까지 휴직을 신청하였으나, 18대 총선에서 당선이 되어 휴직을 연장해야 할 상황이다. 법과대학 성윤환 교수(무소속, 경북 상주)도 1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이 돼 휴직을 해야 하는 교수는 총 4명에 이른다.

현재 본교 인사규정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출연기관에 한시적으로 임용된 경우 휴직을 할 수 있으며, 휴직기간이 만료된 교직원이 30일 이내에 복직원을 제출할 경우에는 당연히 복직될 수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휴직을 하는 경우, 그 기간에 상관없이 임기 이후 언제든 복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길수 교무팀장은 “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장기휴직을 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관련법을 찾아보았으나 장기휴직을 제재할 만한 규정이 없고, 다른 대학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법에는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이 의원으로 당선된 때에는 임기 중 그 교원의 직은 휴직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정당법과 교육공무원법에 의하면 교수는 일반교사 등 다른 공무원과 달리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휴직을 가능케 해 현실정치 참여를 보장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장기휴직을 할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장기휴직에 따른 교육권 침해

현재 본교에서는 교수가 휴직을 했을 경우 다른 교수를 채용하지 않고, 공석으로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대학평가시 휴직한 교수가 정원에는 포함되지만 성과물이 없어 연구성과물 평가가 낮게 나오는 문제가 있다. 또한 학생들의 경우 전공교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과목을 시간강사에게 배워야 하는 등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다. 현재 11년 째 휴직 중인 김 교수의 전공 수업은 다른 교수로 충원되어 있지만, 안ㆍ이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전공수업의 경우 타교수 혹은 강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전주언(경영학과 석사과정) 원우는 “최근 뉴스를 통해 김효석 의원이 우리과 교수인 것을 처음 알았다”고 밝혀 학생이 장기휴직 중인 교수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철 경영대학장은 “김 교수가 휴직을 하고, 바로 동일 전공 교수를 충원하여 수업 결손은 없었다”며 “김 교수가 경영정보 전공자로서 업적이 많기 때문에 교수직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18대 총선에서 당선돼 다시 휴직을 한다면 휴직기간이 너무 길어져 교수직을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며 장기휴직과 관련된 분위기를 전달했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유인촌 교수의 경우 휴직으로 인한 학교 및 학생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장관직 임명 직후 사직서를 제출하여 수리된 상태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교수가 국회의원 혹은 정무직 공무원이 될 경우 휴직이나 사직과 관련된 문제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황선웅 교수협의회장(상경학부 교수)은 “학자가 정치와 학문을 병행하는 것은 진정한 학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학교를 그만두고 정치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서울대에서는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참여를 규제할 수 있는 학내 규정을 만들어 달라며 81명의 교수가 총장에게 건의안을 제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국회의원 공천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교수는 몸과 마음이 대학에서 떠나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며 국회의원 출마 교수의 휴직과 복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현재 교수직은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났거나 혹은 낙선한 폴리페서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그리고 일부 폴리페서들은 그것을 악용하여 교수직을 보험으로 정치에 기웃거리고 있다. 학교본부는 학내규정 개정을 통해 정치활동을 하려는 교수들의 장기휴직을 예방하여 학교와 학생들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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