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기획사회
의료민영화에 맞서 건강보험 지키자이현옥 / 건강세상네트워크 홍보팀장·본교 사회복지학과 석사졸업
구슬기 편집위원  |  pigpoo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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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승인 2008.04.15  1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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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시민사회단체들이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보기 캠페인을 시작하겠다며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함께 보자며 캠페인을 벌이는 영화는 미국의료보장제도의 병폐를 파헤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다.

<식코>에 나타난 미국의료보장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한 미국인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다 중지와 약지 끝이 잘려나가 병원에 갔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그가 미국에서 약지를 붙이려면 1천 200만원, 중지는 6천 만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가격이 싼 약지 하나만 붙이기로 결정했고, 중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어렵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도 혜택은 제대로 받을 수 없다. 남편이 신장암에 걸린 한 여성은 보험사가 보험료 제공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손 한번 못 써보고 남편을 잃었다. 공보험 없이 민간의료보험으로 유지되는 미국에서는 이러한 일이 다반사다. 흔히 걸리는 감기로 병원에 가도 몇십 만원씩 내야하고, 어쩌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가진 재산 다 탕진하여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의 의료자문을 담당했던 한 의사는 의회에서 “의사들은 환자들의 치료비 청구를 거절할수록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고백한다. OECD 가입국가 중에서 의료비지출이 가장 많은 미국이 왜 국민건강수준은 하위권에 머무르는지 알 수 있다.

 
   
 
     
 

보험회사 배불리는 민간의료보험 도입

그런데 한국은 미국식 의료보장체계를 따라가겠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보건의료 관련 대선공약을 살펴보면, 시장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건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있어 민간의료를 중심으로 공공의료에서 보완적 기능을 추구하고자 한다. 또한 최소한의 공공영역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걸쳐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보건의료분야 검토과제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단일보험자체계(국민건강보험)에서 다보험자체계(민간보험사도 참여하도록 허용)로 전환, 민간의료보험 규제완화 및 활성화, 영리법인 허용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을 내세웠다.

지난 3월 10일 급기야 기획재정부는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를 만들기 위해 2008년 보건의료분야에서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검토하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공-사보험 간 정보공유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이를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장(차)관도 아닌 기획재정부 차관이 반장인 ‘민간의료보험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의료의 공공성을 포기하고 의료를 하나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그나마 의료비의 60% 정도를 보장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말이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온갖 사보험이 판을 치는 한국에서 민간의료보험은 이미 GDP의 1.2%인 10조원 이상의 규모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정부부처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개인질병정보를 보험사의 보험상품개발을 위해 넘기자고 주장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간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양극화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개인질병정보가 보험사로 넘어가면 민간의료보험사들은 그 정보를 통해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해 낼 것이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거기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서 건강보험 가입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생겨난다면 건강보험이 몰락하고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식 의료체계가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우리나라 모든 병·의원이 건강보험가입자를 받도록 규정해 놓고 있어, 누구나 건강보험증 하나로 전국의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만약 이 당연지정제가 완화 혹은 폐지되면 현재 건강보험으로 묶여 있는 병·의원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 목적으로 최고급 의료시설을 완비하여 건강보험에서 빠져나와 민간의료보험체계로 들어갈 것이고, 돈 많은 사람들 역시 고급의료환경을 찾아 건강보험을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건강보험에 남는 것은 결국 낙후된 시설의 병원과 돈 없고 아픈 사람들일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될 것이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하락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총선이 끝나고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이 아무 걸림돌 없이 추진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예상컨대 향후 5년은 무엇보다도 점차 축소될 위기에 놓인 건강보험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벌어야 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회사와 병원, 그리고 제약회사들의 이윤추구의 장이 아니라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건강할 권리,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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