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석 / 한성대 학점대학 멀티미디어디자인학과 교수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현상들을 보곤 한다. 주위에서 만나는 이런 현상들 중에서 불규칙적이고 무질서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무, 해안선, 구름, 산, 태풍, 담배연기 등은 자연현상 속에서 무질서한 현상 및 상태를 나타낸다. 1970년대부터 이런 혼동에 관한 연구가 카오스 및 프랙탈(fractal) 등으로 발전하였다. 하나의 물체를 무한히 확대하거나 또는 무한히 축소하여도 본래 물체가 가지고 있던 모양이 변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는 이론이 프랙탈 이론이며, 이것은 본래 수학적인 요소에서 출발하였다.

 

프랙탈이란 무엇인가?

프랙탈을 소개하자면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양치류이다.[그림1] 양치류의 잎들은 각각이 전체의 축소형이다. 즉 멀리서 보이는 전체의 이미지를 가까이 들여다 보면 그것이 똑같이 각각의 잎들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프랙탈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자기유사성이다. 또한 우리의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나무도 프랙탈이다. 나무 몸통과 가지로 이루어진 전체 이미지는 세부적으로 보이는 가지와 또 그 샛가지도 몸통과 비슷한 모양들을 하고 있다.

[그림2]는 줄리아 집합(Julia set)이라고 하는 유명한 프랙탈이다.

이 그림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반복되는 소용돌이 형상 내부에 다른 소용돌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더욱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무한히 반복되는 형상을 유한한 공간상에 축소해 놓은 것일 뿐 전부는 아니다. 즉 프랙탈은 스스로를 계속 축소ㆍ복제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한 반복 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세분화된 모양은 원래의 형태와 동일한 자기유사성을 갖는다.

 

프랙탈 아트 제작 과정

얼핏 생각하면 컴퓨터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기계적인 특징만 가질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예술가가 프랙탈의 거친 부분, 결, 가지, 모양 등을 만들어 내는 기능을 기존의 도구에 첨가하면, 기계적인 느낌은 자연 세계를 접하는 것 같은 현실감으로 바뀐다.

프랙탈 작품을 만드는 것은 우연과도 같다. 우연을 가지고 목적한 바를 얻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 존 케이지의 해프닝은 다다(Dada)와 달리 우연 속에서 규칙을 만들었다. 하지만 프랙탈 아트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의하여 각각 다른 종류의 악기가 전체 화음을 만드는 것과 같이, 작가의 손길에 의해 가공되고 조작되어 작가의 메시지나 사상이 담긴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사과를 그리고자 할 경우 종이에 사과를 그리면 된다. 그러나 프랙탈로 사과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사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과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프랙탈 이미지를 만든 후 이를 재가공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림3]은 프랙탈로 만든 꽃꽂이(갈대)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아래의 [그림4]와 같이 6개의 프랙탈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이 작품을 만든 단계를 살펴보면, 작품 제목 및 대략적인 작품의 성격을 정리한 후, 그동안 만든 프랙탈 이미지들을 검색하여 적당한 이미지들을 포토샵으로 불러들인다. 이렇게 프랙탈 툴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6개의 이미지를 불러들여 꽃꽂이 모양의 완성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랙탈 이미지와 프랙탈 아트를 구분한다. 프랙탈 툴이 만들어낸 모든 이미지들을 프랙탈 이미지라고 하며, 이런 프랙탈 이미지들을 가지고 작가의 손길로 재가공하고 조작하여 새롭게 탄생된 작품이 프랙탈 아트이다. 수학에서 만든 프랙탈 이미지들을 아티스트가 재가공하고 조작하여 작가가 원하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든 것이 프랙탈 아트인 것이다. 따라서 프랙탈 아트는 초기에 툴이 만든 프랙탈 이미지보다 좀 더 부드럽고 목적성이 강하며,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프랙탈 이미지보다 한층 더 작가의 사상이나 메시지를 포함하게 된다.

프택탈 세계와 우리는 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자연에서 와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과학은 자연을 발견하는 것일 뿐, 프랙탈은 늘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