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2.28 금 17:55
기획문화
신극 100주년의 명암김미도 / 연극평론가, 서울산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유정란 편집위원  |  yangding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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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승인 2008.03.29  17: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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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계는 올해로 신극(新劇) 100주년을 맞이했다. 여기서 신극 100주년이라 함은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극장이었던 ‘원각사’에서 창작 창극 <은세계>가 공연되었던 사건을 기점으로 삼은 것이다. 창극 <은세계>는 우리 전통극의 가장 중요한 양식 중 하나였던 판소리가 서양식 연극의 영향을 받아 자체적인 역량에 의해 창극으로 개량된 데다가 기존 판소리 5가의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극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우리 신극의 출발은 홍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서구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창작극으로 도약한 한국 연극계
불행하게도 이후로 우리 연극은 상당 기간 주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발전해 왔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전통극을 강제로 말살하려 한 의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화기 이후 일본 및 서구 문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모방에 매달렸던 위정자들과 지식인들의 문제가 더 컸다. 이러한 흐름은 1970년대에 와서야 민족적 정체성의 회복에 대한 다각적인 움직임으로 극복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한 전통극 부활 운동과 재야연극인들의 마당극 운동은 우리 전통극의 맥을 다시 살려 창조적으로 현대화시키는 거대한 불씨가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제도권 연극계의 주요 연극인과 극단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도 역시 ‘전통의 현대화’이며, 그런 흐름 속에서 오태석과 이윤택 같은 걸출한 연출가들이 나타났다.
신극 100주년을 맞이하는 21세기의 한국연극은 매우 복잡한 양상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창작극 공연이 양적인 면에서 번역극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많은 창작극들이 ‘한국적 양식’에 대한 철저한 고민 속에서 배태되고 있으며 일부 작품들과 연출가들은 서구 연극계에도 널리 소개되고 있다. 단순히 신기한 내용과 양식으로서만 번역극이 소개되던 시절은 한참 전에 지나갔다. 요즘 번역극들은 사실 번역극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정도로 한국적 해석이 가미되었거나 아예 한국적 번안으로 탈바꿈된 예가 허다하다. 이제 창작극과 번역극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무의미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공연에 가려진 중소극단의 고뇌
젊음의 거리로 대표되는 대학로에는 소극장만 100여 개가 넘는다. 이처럼 협소한 지역에 소극장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대학로는 많은 연극인들에게 버텨내기 힘든 ‘고난의 땅’이 되고 있다. 대학로에 젊은 층이 많이 몰리기 시작한 근원적인 이유는 ‘연극’ 덕이었지만 그 여파로 대부분의 고급 주택가들이 유흥업소로 변하면서 극장 대관료가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연극의 거리’라는 상징성과 연극 마니아들 때문에 대학로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막대한 대관료 때문에 많은 연극들이 그 포장부터 점점 부실해지고 있다.
대학로의 소극장들을 가장 위협하는 ‘공공의 적’은 <개그 콘서트>류의 공연들이다. 대낮부터 ‘삐끼들’을 대거 동원해서 관객들을 유인하는 이런 공연들은 관객들에게 연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좋은 연극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차단하고 있다. 연극에 문외한인 관객들, 특히 청소년들은 지하철역 주변에서 삐끼들이 나누어주는 할인권에 유혹 당하기 쉽다. 여자친구를 대동한 남자들에게 매달리면 거의 백발백중이라는 게 삐끼들 사이의 노하우다. 예술적 가치가 거의 없는 <개그 콘서트>류의 성황은 다른 소극장 무대에서도 유치한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난립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즉 대학로의 연극이 전반적으로 대중성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성에 관한한 뮤지컬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관객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 시장은 매년 급성장을 기록하면서 일반 연극의 관객들을 빼앗아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영세한 극단들이 더욱 기를 못 피는 것은 대형기획사 위주로 제작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동인제 극단 시절에는 서로 주머니를 털어서 실험적인 작업에 매달렸고, 적자가 나도 연극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굵직굵직한 대형기획사들이 연극 제작에 나서면서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는 연극은 무대에 올려지기 어렵게 되었다.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연극열전 2>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연극열전>에 포함된 작품들은 대부분 과거에 작품성을 검증받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형 기획공연의 그늘에 가려 소규모 작품들은 빛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뜻있는 기획사들은 흥행이 보장되는 작품들을 올려서 의미 있는 작품에 재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흥행 위주로 끌고 가는 기획사들의 마인드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
소극장들을 더 울상 짓게 만드는 것은 관객들이 점점 LG아트센터나 예술의 전당과 같은 화려한 시설의 극장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LG아트센터의 경우, 다년간 해외명품연극들을 직수입하여 고급 관객층을 확보함으로써 LG 공연이면 무조건 보러가는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신극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공연들이 속속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요란한 축하 행사들 속에서 진정으로 연극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피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른다. 신극 100주년에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문화부 장관이 되었으니 순수연극이 살아날 묘책을 강구해 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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