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경 / 사회진보연대 정책국장

세계적인 불평등과 빈곤의 확산, 끊이지 않는 전쟁, 노동자·민중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강화, 여성에게 가해지는 빈곤과 폭력의 강화, 생태 파괴. 전 세계에 평화와 민주주의, 부를 가져다 줄 것이라 선전되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민중들의 삶에 더욱 큰 위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는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침체된 사회운동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새로운 대중적 행동을 출현케 했다. 1994년 나프타협정의 발효와 함께 개시된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무장봉기는 1999년 세계무역기구 3차 각료회의를 무산시킨 시애틀 투쟁으로 이어졌고,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동하는 국제기구들의 회합을 겨냥한 대규모 국제 시위가 점차 확산되었다.

 1.26 세계 행동의 날과 한국 사회운동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세계사회포럼>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세계 민중이 처한 삶의 위기의 원인을 함께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을 촉발했다. 더불어 2003년 2.15 국제반전공동행동과 칸쿤 세계무역기구 5차 각료회의 반대투쟁을 비롯한 대규모 국제 시위가 더욱 효과적으로 조직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사회포럼>은 단순히 연례 행사를 치루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이루어내고자 했다. <세계사회포럼>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유럽·미주·아시아·아프리카 각지에서 개최된 지역사회포럼, 그리고 일국적·지방적 차원의 사회포럼, 주제별 사회포럼 등의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사회포럼>이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각 대륙, 각 나라와 지방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행동과 결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따라서 2008년 <세계사회포럼>은 전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의제를 바탕으로 행동을 조직하고 이를 다시 전 세계적으로 연결하는 ‘세계 행동의 날’이 되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전 세계 지배 엘리트들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어떻게 잠재울지 고심하는 동안, 전세계 민중들은 80여개국 120여개 지역에서 직접 거리로 나가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한 것이다.

한국 경제의 유일무이한 선택지로 지배계급이 채택해 온 재벌중심의 세계화는 지난 10년 동안 민중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의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악, 한미FTA 강행, 이라크 파병, 평택 미군기지 확장 등 ‘나라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추진된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는 재벌과 초국적 자본만을 살찌웠을 뿐이다. 초국적 자본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착취 강화, 온갖 부정과 비리를 발판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리며 막대한 이득을 챙기게 된 반면, 민중들의 삶은 더욱 불안정해졌고 빈곤은 확산되었다. 노동자로서, 여성으로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쟁취하고자 투쟁에 나선 민중들은 ‘경제 발전의 적’으로 내몰려 극악한 탄압에 시달렸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들이 처한 삶의 위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는 가운데, 민중들의 다양한 운동이 한국사회에서도 새롭게 분출하고 있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일터를 되찾기 위해 지금까지도 투쟁을 지속하고 있듯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항상적인 해고 위협과 극심한 착취와 탄압의 현실을 폭로하며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앞장서서 단결하고, 연대하고 있다. 농민, 여성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에 앞장서면서 ‘성별분업·성차별 이데올로기 철폐’, ‘초국적 곡물기업 중심의 농업 무역 철폐와 식량주권 쟁취’, ‘이주노동자의 완전한 노동권 쟁취’와 같은 새로운 의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계기로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전세계 민중이 투쟁에 동참했다.

희망을 세계화하자! 투쟁을 세계화하자!

‘이랜드 일반노동조합'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여러 단체들이 '2008년 세계사회포럼-1.26 세계행동의 날 조직위원회'를 결성했고, 1주일에 걸쳐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1.26 세계 행동의 날'을 통해 여러 사회운동들은 취임 전부터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구호를 내걸고 친기업적 성향을 노골화한 이명박 정권에 맞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몰고 온 파괴적 효과들을 낱낱이 비판하고 민중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선언했다. 더불어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현실에서 ‘민족적 발전’과 같은 허구적 담론과, ‘한미 군사·경제 동맹의 불가피성’과 같은 인식의 장벽을 뛰어 넘어 초국적 자본이 파괴하는 전세계 민중들의 권리를 아래로부터의 국제 연대로 방어해 내고 미래에 대한 대안을 스스로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시도를 지속하는 것이 절실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오는 7월 초 일본 홋카이도 토야에서 열릴 G8 정상회담은 희망을 세계화하고 투쟁을 세계화하고자 하는 전세계 민중을 결집시킬 또 한 번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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