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실용주의적 신보수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개발과 성장 위주의 경제중심주의는 문화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한 나라의 문화정책과 제도는 국민들의 삶의 질과 양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문화정책들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개발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전국 300여 개 단체들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한반도 대운하’는 사실상 실체가 없으므로 그 주도자의 이름을 따서 ‘이명박 운하’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운하’는 남북한 합해서 무려 2,100km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남한의 운하는 1,100km인데,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가 540km라고 하니, 금강운하와 영산강운하를 비롯한 ‘충청·호남운하’가 560km가 된다.

‘이명박 운하’의 비경제성

본래 이명박 대통령은 ‘경부운하’를 핵심사업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것이 갑자기 ‘한반도 대운하’로 확대되더니, 급기야는 ‘경부운하’보다 ‘충청·호남운하’를 먼저 건설하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청·호남운하’라는 것은 전혀 실체가 없으며, 그나마 ‘경부운하’는 검토할 자료가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경부운하’가 박근혜 의원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영남표를 얻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충청·호남운하’ 또한 이런 정치적 계산속에서 나온 산물인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계산의 정도를 떠나서 ‘이명박 운하’ 전체가 아무런 경제성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경운기보다 느린 속도로 하루 10대 정도의 화물선이 겨우 다닐 수 있으니 물류운하로는 절대 운영될 수 없다. 오죽하면 물류업계가 물류는 빼고 운하계획을 추진하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 측은 관광ㆍ생태운하를 강조하고 나섰다. 운하에서 요트를 타며 며칠씩 관광을 즐길 것이라는데, 도대체 누가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 수로에서 요트를 타겠는가? 매년 천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정말이지 중국인을 모욕하는 것이다. ‘경부운하’의 터널을 지나는 데 최소 6시간이 필요하다. 그 긴 시간 동안 숨도 편히 쉬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관광운하는 물류운하보다 더 황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생태운하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농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멀쩡한 산을 부수고 강을 파괴해서 건설되는 운하는, 그리고 일 년의 대부분 기간 동안 썩어 있을 그 물은, 오로지 지구온난화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더욱이 이 주장은 자동차 물류를 대부분 운하로 대체한다는 비현실적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렇듯 ‘이명박 운하’는 공학ㆍ경제ㆍ생태 차원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명박 운하’는 심지어 지진까지 일으킬 수 있고, 국가재정과 지역경제의 파탄을 야기할 수 있으며, 생물종 멸종과 식수원 고갈 등 생태적 재앙을 유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문화 대파괴’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문화 대파괴의 문제는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이다. 이 문제를 문화재, 지역문화, 생명문화 파괴의 세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문화재 파괴에 혈안이 된 정부

가장 큰 문제는 문화재 파괴이다. 강은 문화의 원천으로서 수많은 문화재가 강바닥과 강변, 강 주변지역에 널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바닥에는 문화재가 없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지만, 청계천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강바닥에는 수많은 문화재들이 묻혀 있다. 강바닥과 강변 자체가 수만 년에 걸쳐 변화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부운하’만 해도 주변지역에 270여 개가 넘는 문화재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많은 문화재들이 주변지역에 있으며, 강변과 강바닥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화재들이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실용적이고 반경제적인 ‘이명박 운하’를 강행하기 위해 너무나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대대적으로 파괴할 계획을 세운 상태이다. 이에 대해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2월 23일 평화방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래는 토목공사 할 때 3만 평방미터 그러니까 1만평 이상 할 때는 반드시 지표조사하고, 뭔가 발견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새정부 인수위에서 이것을 (대운하 사업 등을 위해) 10만 평방미터로 늘렸다. 그래서 고고학회가 발끈했다. 새 정부가 문화재 파괴에 혈안이 됐구나”라고 고고학계의 분노를 전했다(<뷰스앤뉴스> 2008년 2월 23일). 지표조사의 필수대상이 되는 토목공사의 면적을 3배 이상이나 늘려서 ‘이명박 운하’를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짓이다.
문화재를 올바로 지키고 아끼는 풍토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다. ‘이명박 운하’는 일부 건설업자와 투기꾼과 지주를 위한 전대미문의 토건사업일 뿐이다. 그 대가로 우리는 경제 대파탄과 문화 대파괴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 그리고 가장 큰 희생자는 후세대일 수밖에 없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 ‘이명박 운하’는 꼭 백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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