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은나노선 현미경 사진 (그림2) 은나노선 SEM 사진
 

나노기술이란 1∼100 나노미터 범위에서 특유의 기능을 갖도록 구조체를 만들고 이를 소재 및 소자 등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나노 구조체에는 나노 입자, 나노선, 박막 등이 있다. 나노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특성을 가지는 물질을 찾아 나서는 모험에 비유할 수 있다. 새로운 땅에서 신기하고 유용한 물건을 찾기 위하여 실크로드를 따라 상인들이 길을 떠나듯이 나노소재 개발의 목적은 크기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양자효과에 의해 새로운 특성을 보이는 물질, 특히 기존의 물질보다 높은 효율을 보이는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 나노 기술이라고 알려진 것은 은 나노입자의 항균성을 이용하여 세탁 및 항균작용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엄격히 말해서 우리가 은의 이러한 항균작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순수한 은은 공기 중에 노출되자마자 산화되어 산화은 박막으로 덮이는데 이 산화은은 화학적으로 상당히 안정하여 내부의 순수한 은을 보호한다. 보통 산소가 은과 만나면 산소원자가 발생하여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산화시키며 균을 없앤다고 하는데 화학적으로 산화은은 산소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하자면 은의 항균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은나노입자를 섬유에 붙여서 그 섬유로 옷을 지으면 은이 가지는 항균 특성을 이용하여 위생적으로 우수한 의복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은 은 나노입자가 아니라 은 나노선이다. 이것은 나노입자와는 달리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굵기가 100 나노미터 정도이고 길이가 10 마이크로미터 정도인 가느다란 선이다. 이들은 전체가 하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결정물질의 대표적 예는 다이아몬드인데 이러한 단결정 물질은 다결정 물질이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은 나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한다는 점이다. 은은 또한 빛을 효과적으로 산란시키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도 직경이 100 나노미터 정도인 나노선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은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면 유용한 나노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

은 나노선의 최초 합성
여태까지 단결정 금속 나노선을 합성하기는 극히 어려웠다. 이들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금속촉매, 틀, 또는 자기조립 박막 등을 쓰는데 단결정 금속 나노선의 경우 적절한 금속 촉매나 다양한 주형을 사용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본 연구진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단결정 은나노선을 최초로 합성하였는데 이 기술을 통해 수백 가지 이상의 새로운 단결정 나노선의 합성이 가능하다. 은 나노선의 가장 큰 장점은 나노 혹은 바이오 센서에 쉽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만 분광법을 단결정 은 나노선에 적용하여 초고감도의 바이오 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본 연구진이 가지고 있는 은 나노선 합성기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어떻게 촉매를 쓰지 않고 은 나노선을 합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촉매를 사용하면 반응이 빨리 쉽게 일어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금속 나노선을 합성하는데 금속을 촉매로 사용하거나 주형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자연적인 원리를 응용하였다. 즉, 깁스자유에너지라고 하는 세상의 모든 일이 자연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근본 에너지흐름을 응용하였다. 금속 기체가 기판에 날아와 앉으면서 고체 결정을 이룰 때 압력, 성장온도, 선구물질 등을 조절하여 최상의 조건을 맞추어 주면 깁스자유에너지가 가장낮은 상태의 가늘고 긴 단결정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은 나노선을 이용하면 미량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나노센서를 제작할 수 있다.
이 센서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미량의 생화학적 분자 등을 검출할 때 보통은 빛을 쪼여 그 분자가 내는 형광을 이용하여 분자를 검출한다. 그런데 형광 외에도 라만산란이라고 하는 빛의 산란이 이루어진다. 보통은 이 라만산란은 형광보다 1조배 정도 세기가 약한데 분자가 은 혹은 금 등의 표면에 붙어 있으면 ‘표면 플라즈몬 공명’이라는 현상에 의해 은 표면에서 전기장이 아주 강해진다. 이때문에 라만산란의 크기가 1조배 정도 커질 수 있다. 이것을 표면증강 라만 현상 혹은 SERS(Surface Enhanced Raman Scattering) 라고 한다. 이 현상을 이용하여 형광에 못지않은 세기의 라만산란을 검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표면에 붙어있는 분자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본 연구진은 두 개의 은 나노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이러한 라만산란이 아주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이러한 SERS를 이용하여 RNA/DNA 염기서열을 결정할 수 있으며, 글루코오스 센서로 사용하여 당뇨병 진단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A형 간염, 에이즈, 치매 등의 질병의 조기진단을 위해 은 나노선 센서가 사용될 수 있다. SERS 센서는 이외에도 다양하게 미량원소의 분석기술로서의 응용분야를 가지며 앞으로 상당히 커다란 시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결정 은 나노선의 합성 기술은 금, 백금 등의 다른 귀금속 나노선의 제작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이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나노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은 나노선은 다른 금속과의 합금을 만들어서 다양한 전자기적 특성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은 나노선에 자성을 띠는 코발트나 철을 섞으면 강한 자성을 가지는 단결정 나노선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나노스핀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 나노스핀소자는 전자의 전하 뿐만 아니라 전자가 가지는 스핀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하여 논리회로 및 메모리를 저장할 수 있는 소자로서 현재의 전자 소자보다 훨씬 작은 소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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