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 정희원 강남서울외과 원장

석사 4차인 L양은 수강과 논문작성을 병행하면서 변비에 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딱딱한 대변으로 L양의 항문은 찢어지고 말았다. L양의 애인 박사 5차 K군은 잦은 설사로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화장실에서도 논문을 썼다. L양의 항문이 찢어지던 날, K군은 피똥을 쌌다. 손을 잡고 항문외과로 향한 L양과 K군. 그들 항문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치질은 항문질환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L양도 K군도 치질인 셈이다. 하지만 L양의 병명은 치열이고, K군의 병명은 치핵이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치질은 K군이 걸린 치핵이다. 항문외과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보통 이십대 환자들은 치열로 삼사십대 환자들은 치핵으로 고생중인 사람들이다. 치핵과 치열은 대변볼 때 힘주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핵과 치열은 일반적으로 대변의 충격으로 인한 항문의 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변에 피가 묻어 나온다거나, 항문이 찢어져 쓰라린 듯 하면 좌욕을 하면 좋다. 하지만 병이 생기면 좌욕만으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3일 이상 피가 나고 통증이 있을 시에는 병원치료가 꼭 필요하다. 항문질환인 경우 병의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좌욕을 병행해 치료하지만, 병이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대개 1박2일이나 2박3일 입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잠깐! 피가 선홍색이면 항문질환일 가능성이 높고 피 색깔이 검은 빛이 도는 적색이면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다. 나이든 사람인 경우 검은 빛이 도는 적색이라면 대장암 증상일 확률이 더욱 높으니 필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라.
자세만 가지고 보면 항문이 낮으면 낮을수록 항문에 좋지 않다. 왜냐하면 배에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있는 자세보다 앉아있는 자세가 항문에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도 열람실에 처박혀 의자에 앉아 공부하는 당신! 차고 딱딱한 곳에 오래 앉아있으면 당신의 똥꼬도 울고 허리도 운다. 기지개 켜고 일어나 햇살 한번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영미 편집위원 barnabas5@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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