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속 세상: 한미 FTA와 복지

한미 FTA의 비준을 둘러싸고 한국사회경제에 미칠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드높다. 이 와중에 여타 산업분야와는 달리 사회복지 부문은 직접적인 협상대상 부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연관관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지 않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사회복지제도의 발전 가능성이 줄어들고, 사회양극화가 더욱 고양됨으로써 그 간극의 심화에 따른 사회적 퇴보가 예상되어 심히 우려된다. 과연 그럴까.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은 한미 FTA가 한국 경제사회구조에 있어 복지제도의 확대를 제약할 것이라는 점을 살펴보자.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개방경제 체제로의 적극적 진전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개방경제 또는 세계화 국면에서 일국의 사회정책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기본고찰이 의미를 갖게 된다.

세계화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론들은 제법 많은 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강력한’ 세계화 이론은 전 지구적 차원의 힘이 일국가나 지역적 힘에 우선하고, 경제적 힘이 정치적 힘을 압도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견해이다. 특히 스트리커는 “세계화가 복지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차적으로 이념적인 이동을 통해 일어나는데, 이는 복지프로그램에 있어서 국가지출의 감소, 민영화, 시장화 등을 초래하게 한다”고 보았다.

한국의 사회복지수준은 아직도 매우 저열한 수준인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한미 FTA는 미래의 한국복지수준 확충을 아예 가능치 않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이 경제력과 정치력, 사회적 조정력 등에 있어 엄청난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는 미국과 더욱 자유로운 상황에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부문에서 구조조정의 압력과 효율성의 논리가 횡행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국가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기업 내·외에서 복지확대에 따른 부담을 불필요한 비용의 추가로 보는 시각이 득세할 것이 예상된다. 감세의 당위성이 확산되고, 공공서비스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사회서비스 시장에서의 대체조달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지출비의 재원 조달이 여의치 않으며 아예 이러한 지출의 필요성이 경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미 FTA는 성장효과가 의심되는 가운데, 양극화 심화의 가능성만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이미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성장률 둔화, 소득분배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소득분배 악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는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장상환 교수(진보정치연구소장)에 의하면, “우선 한미 FTA가 성장률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99%(생산성 증가 효과까지 감안하면 7%)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다는 추정결과를 내놓았지만 이것은 크게 과장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한미 FTA 영향평가팀이 국책연구기관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한미 FTA 기대효과를 분석한 결과(<한미 FTA가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2007)에 의하면, 협정 발효시 GDP는 겨우 0.28% 상승하는 데 반해 개인가처분소득은 12조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실업자는 최소 16만 명이 발생하고, 저작권·의약특허권 연장은 약 6조 원의 국부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무역구조조정 비용은 1조2천억 원으로 GDP 증가 1조1천869억 원보다 더 들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와 사회양극화

또한 한미 FTA는 노동시장에 있어서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종강(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은 “미국 기업과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든가 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함으로써 신규 고용이 증가하리라는 긍정적 효과는 노동비용을 절약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온 대다수 국내 중소기업들과 별로 관계가 없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노동유연성에 대한 압력이 높아져 비정규직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기업 구조조정, 업종 변경 등을 겪을 수밖에 없어, 실업과 비정규직 상태를 오가는 노동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언명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의 경제·사회적 제측면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한미 FTA 체제가 시작되면 우리 경제 내의 산업·기업·노동계층·지역간 격차를 격화하는 효과가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한미 FTA로 인해 경제 전체의 GDP 총량은 늘어날 수 있어 선도적인 기업과 산업, 기술력 보유자에게는 ‘승자’로서의 파이가 보장되지만, ‘패자’ 그룹에게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의 최대 악영향은 양극화의 심화와 구조적 실업자의 양산으로 나타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는 한국의 복지제도를 확대시켜 선진복지국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정면으로 가로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미 FTA는 정부가 언명한 대로 사회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구조적 실업자를 지속적으로 양산해내고 말 것이다. 사회복지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도 한미 FTA 체결은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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