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사운드를 지향하는 2인조 밴드, 어쿠스틱 브라더스

어쿠스틱 사운드를 지향하는 2인조 밴드 어쿠스틱 브라더스는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사라는 것에 공감하여 결성한 팀이다. 그들은 다채로운 소리로 가득 찬 노래보다, 깊이 있는 의미로 가득 찬 노래를 만들어 나무 색깔 짙은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어쿠스틱 브라더스의 맴버인 이승환씨와 조준호씨는 스물다섯살 동갑내기이다. 둘은 중앙대학교 학부생으로 어쿠스틱음악을 하고 싶어 2007년 5월 11일 팀을 결성했다. 불과 활동 4개월 만에 MBC 대학가요제를 통해 세간에 알려진 어쿠스틱 브라더스를 중앙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 전자음악이 대세인데 왜 어쿠스틱음악을

조준호: 원래 전 전자음악을 했는데, 이 친구 만나서 어쿠스틱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죠.

전자음악에서 어쿠스틱음악으로 전향한 이유는 이제 꽉 찬 사운드가 좀 싫증이 났다고나 할까요. 저는 가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소리가 꽉 차고 화려한 연주가 들어가면 가사의 의미를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더라구요.

이승환: 기계음과 어쿠스틱음에 대한 따뜻함의 차이나 이런 것들이 있는데, 정말 제대로 전자음악하는 사람들은 기계음에서 그 따뜻함이 나요. 전자음악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차갑고 그렇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전 어쿠스틱음이 더 좋아요.

▶ 한국에서는 어쿠스틱음악이 비주류 아닌가

이승환: 한국 음악시장은 어쩔 수 없이 빌보드나 제이팝 차트를 따라가게 되거든요. 외국같은 경우 지금 빌보드는 노선이 바뀌어 가고 있어요. 다시 어쿠스틱으로 회귀가 됐고, 100순위 안에 드는 음악의 70% 정도는 어쿠스틱이 주류가 되고 있어요. 외국에서 먼저 이런 경향이 있으면, 우리 나라도 곧 외국처럼 되더라구요.

조준호: 전 몰랐던 얘기네요.

이승환: 이번 대학가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된 것도 시기가 적절하게 잘 맞은 것 같아요.

▶ 대학가요제에 대한 생각은

조준호: 피디랑 작가님들이랑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청률은 떨어지고, 정말 가수 할 생각있는 사람들은 가요제 나갈 바에야 소속사로 가는 이 시대에 왜 대학가요제를 계속 만들어야되는지,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시더라구요. 전 중학교 때부터 대학가요제 나가고 싶어서 계속 공부했던 사람인데, 그런 얘기 막 나누면서 되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공연 준비하고 그랬어요.

이승환: 저는 특별히 준호처럼 꿈꿔오고 이런 것은 아니었어요. 준호 만나고 이런저런 가요제들에 이번에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구요. 그냥 그 정도였어요.

▶ 원래 가수를 꿈꿔왔나

이승환: 원래 꿈이 가수였어요. 처음에 음악하는 걸 집에서 반대해서 미술쪽을 해볼까 했어요. 근데 미술이야기는 꺼내자마자 일주일만에 박살당하고, 그 다음 하고 싶었던 문예창작은 원서도 못 넣어보고. 뭐 그래도 지금은 반대 안하세요.

조준호: 가수 꿈은 군대가서 갖게 됐고, 대학가요제는 그냥 나가고 싶었던 거에요. 군대가고 1년쯤 지나서 앞으로 뭐하고 살까, 하면서 좋아하는 노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죠. 집안 반대가 장난이 아니라서 대학가요제도 몰래 나간 거에요. 몰래 나간 거라서 추석 때 분위기 봐서 얘기하고 그랬었어요. 이번 계기로 어머니는 이제 인정을 좀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전 상 받은 것보다, 그게 더 기뻐요. 어머니 인정, 받았다는 게.

 

미안 미안 작은 개미야

너의 우주 너의 삶

친구들과 여왕을 위해

비스킷 가루를 뿌려줄게

 

▶ ‘미안 개미야’라는 노랫말은

조준호: 군대가기 전에 학교 음악동아리 뮤즈 동기였던 감수성이 좋은 박인화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부분의 가사를 썼어요. ‘미안, 미안 작은 개미야, 너의 우주, 너의 삶, 친구들과 여왕을 위해 비스킷 가루를 뿌려줄게’라는 노래가 원래 장난스럽게 만들고 놀다가 내버려둔 노래였어요. 그러다 정말 군대에 가서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던 날 제초작업을 하다가 개미를 밟은 거에요. 그 때 그 가사가 갑자기 딱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나머지 가사를 붙여서 썼던 거예요.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정말 개미야 미안하다는 그 감정을 노래한 거예요.

인터넷에서 노랫말을 해석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종종 써놓는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어릴 때 국어시간이 많이 생각나요. 참고서나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어떤 시에 대한 해석이나, 소설에 대한 해석이, 소설가가 의도한 걸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했거든요. 노랫말도 그래요. 노래를 그 사람 뜻대로 하는 건 아닌지.

▶ 거리공연은

조준호: 완전, 전 거리의 악사가 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아요.

이승환: 저도 길거리 좋아하고, 원래 항상 그런 얘기들이 있었어요. 김종서씨는 마포대교가 배출한 뮤지션이잖아요. 전 중대정문이 배출한 뮤지션이라고 항상, 이렇게 통기타를 자주 치니까. 전 주로 밖에 나와서 길거리에서 쳐요. 그냥 집에서 치면 답답할 때 많잖아요. 나와서 치고 싶죠. 나와서 노래하고, 공연이 아니라도 길거리에서 특별하게 사람들하고 어울리면 더 재밌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술도 한 잔 하고.

조준호: 길거리공연 시작한 계기가 더 이상 길거리 공연이 특별한 일이 되지 않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서예요. 이건 시작하고 나서 생각한 거네요. 왜 시작하게 됐는지 생각하다 보니까. 저는 길거리공연이 사람들한테 이상한 시선으로 보여지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길거리공연을 하고 싶어요. 유명해져도 계속. 뭐 일단 유명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웃음)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준호: 행복하고 싶어요. 행복하려고 음악하는 거니까.

이승환: 사실 전 멋진 말 해보려고 했는데. (조준호를 쳐다보며) 너 되게 멋있다. 우리나라에 생계형 뮤지션들이 생활고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생활고로 죽을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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