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기획사회
한국에서 사회투자전략의 의미김연명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슬기 편집위원  |  pigpoo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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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호]
승인 2007.12.12  04: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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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황금기를 구사하던 서구의 복지국가는 최근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때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전통적 복지국가의 소멸을 예상하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복지국가는 새롭게 변화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서구 복지국가의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여러 가지 진단이 있지만 사회투자국가 혹은 사회투자전략이라 불리는 복지국가의 변신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고전적’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진영의 비판은 과장된 측면이 많았지만, 이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담론에서 헤게모니를 상실한 유럽 좌파들의 기존 복지국가 방어 논리는 정치적으로 호소력을 갖기 어려웠다. 더욱이 저성장과 세계화의 진전, 지식기반경제의 도래, 그리고 가족기능의 약화와 저출산·고령화의 진행 등 새로운 경제사회구조의 형성은 고전적 복지국가의 경제·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광범위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군의 학자와 정치세력들이 새로운 대안찾기 작업에 착수했는데 소위 ‘제 3의 길’이 가장 잘 알려진 노선이다. 사회투자국가 역시 ‘제 3의 길’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앤소니 기든스가 담론수준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최근에는 몇몇 학자들과 유럽연합, OECD 같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나 ‘근로연계복지’ 등의 의의를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기존 사회복지정책의 투자적 기능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고전적 복지국가 및 신자유주의 노선과 구별되는 모델로서의 사회투자국가의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사회투자론이 기존의 복지국가 이론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80년대 등장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자유주의 노선은 복지축소 혹은 시장친화적인 복지를 강조하였다. 하지만 사회투자론에서는 사회정책의 생산적 기능이 강조되고 경제성장과 사회정책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인식한다. 현대 경제, 특히 지식기반경제가 잘 작동하려면 교육, 직업훈련, 주거, 의료 등 사회정책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신자유주의 및 고전적 복지국가와 구별되는 사회투자국가론

사회정책의 투자적 기능에 주목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와 고전적 복지국가 노선과 구별되는 사회투자국가론의 새로운 개념화이다. 특히 보육 등의 아동복지나 여성의 노동시장 적응을 돕고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만드는 휴급출산, 양육휴가 등의 여성복지가 아동의 인적자본 형성 기회의 균등화, 미래 빈곤층의 예방, 그리고 여성노동력의 확보를 통해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경제운용에도 도움을 주는 투자적 기능이 있다는 것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빈민지역의 대규모 재개발도 범죄 예방, 빈민에 대한 기회균등과 사회적 배제를 막기 위한 중요한 사회투자정책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투자전략은 노동시장정책과 실업, 빈곤정책의 적극적 연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기존 모델과 상이하다. 청장년 실업자와 빈민, 그리고 한부모가정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고전적 복지국가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취약계층을 노동시장 안으로 적극적으로 통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취약계층의 ‘활성화’ 전략으로 불리는 이 노선은 현금지급 위주의 기존 복지정책이 취약계층의 복지의존성을 조장하고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한다는 신자유주의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사회투자론이 이러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서구에서 사회투자개념이 등장한 것은 전통적 복지국가를 거치면서 이미 기본적인 소득보장제도를 완성한 이후의 일이다. 한국처럼 기초적인 소득보장제도도 부실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회투자에만 진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은 전통적 복지제도와 사회투자적 복지제도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때문에 사회투자가 전통적인 복지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두 정책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

사회투자론의 궁극적 목적은 가능하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인구를 많이 늘려서 고용율을 높이는 것이다. 고용율을 높이는 것이 복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생산적인 측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식이 사회투자론에 숨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정책을 통해 아무리 양질의 인적자본을 갖춘 인력을 만들어 놓아도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인적자본 투자의 낭비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사회투자정책은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정책, 특히 공공부분이 주도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정책과 병행해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사회투자프로그램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복지제도의 주요한 부분을 사회투자적 관점으로 재인식하게 만든 이 시각은 인류가 이룩한 업적 중의 하나인 사회복지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고, 나아가 경제성장은 물론 노동시장 및 복지정책과의 선순환적 연결고리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점, 그리고 저출산과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고민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에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담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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