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어떤 존재와 존재 사이에 오직 ‘사이’ 그 자체만이 있는 건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 최초의 ‘사이’는 사이를 사이에 둔 존재들의 거리감만을 느끼게 하는 텅 빈 공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이 너머의 존재들이 서로를 깊이 응시하기 시작할 때 ‘사이’는 ‘차이’를 드러내는 공간이 되고, 나아가 그 ‘차이’가 부딪치고 얽히며 에너지를 내뿜는 역동적 공간으로 바뀝니다….”

지난 봄 문학과 예술,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문지문화원 사이’의 공동대표 이인성 작가의 인사말이다. 욕망은 금지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이편과 저편을 가르는 경계가 없다면 우리는 위반의 쾌락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신촌에서 홍대로 목적지를 바꾸기 위해 방향을 꺾어 들어가는 경계, 그 ‘사이’ 공간에 ‘문지문화원 사이’가 자리 잡고 있다.

‘각종 문화 영역의 경계를 넘어선 교류’를 가장 우선하는 가치로 내세우는 만큼, 문학과 지성의 ‘사이’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사이’, 교육과 창작 ‘사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매 학기 문학, 영화,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가 개설되며,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토요문화기획’에서는 당대의 작가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한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살펴볼 수도 있다. 지난 11월 3일엔 소설가 성석제와 이혜경이 독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갤러리는 주로 특별 전시로 이루어지니 홈페이지(www.saii.or.kr)에 들러 미리 일정을 확인하도록 하자.

최철웅 편집위원 / nuance79@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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