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화원. 갈 곳 없는 사대주의자들이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유희 공간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혼자 제대로’ 즐길 줄만 안다면 자기 지적 수준을 뽐내건 자랑하건 아무 상관없을 것이다. 대안 문화예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이 땅에서 갈급한 문화적 욕망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중구 봉래동 1가 우리빌딩 18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아치형의 유리통로가 반사하는 빛이 나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통로는 프렌치 레스토랑인 카페 데자르와 문화원 입구를 연결하고 있다. 우선은 자료실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서면 각종 책들이 그야말로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식욕인지 지적 욕구인지 다소 기분 좋은 혼란을 느끼며, 나는 철학과 문학 코너로 달려가 새로 들어온 책들을 확인한다.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위해 따로 비싼 학원비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왕성한 문화 섭취 의지와 시간적 여유만 갖춰져 있다면, 누릴 건 다 누려볼 수 있다. 프랑스어? 나도 잘 아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어 자막이 있는 영화들을 보고, 프랑스 소설 읽기에 참여하며, 점차 감식안을 가진 미식가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프랑스 문화원에서는 여러 세미나들을 열기도 하지만, 본국에서 현재 공연되고 있는 연극을 주최하여 한국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공간적 이동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에서 동시대의 프랑스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기서는 누구나 자유롭다.
 여경아 편집위원  kyj515@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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