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순 /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 교수

21세기에 들어선 국제사회의 무역질서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한편,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가와 국가 사이의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다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다자 및 양자간 무역협정의 핵심은 자유무역주의로, 국제사회 전체의 경제성장은 자유무역과 통상을 통하여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도 자유무역주의 체제의 일환으로 추진되었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농업, 지적재산권, 의약품, 노동,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시장 개방에 대한 반발이 거셀 뿐만 아니라, 수입이 급증하는 경우 발동하게 되는 세이프가드 조치 등 협정 내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채택되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무역에 우선시되는 환경법 적용
한미 FTA 환경 분야는 본 협상보다도 추가협상 과정에서 크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다. 환경 분야에 관련된 국제적인 협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 중 하나는 환경과 무역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해왔으며, 현재 중단된 DDA 협상도 환경과 무역과의 조화를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 FTA는 “양국 간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 자국의 환경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및 적용을 우선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환경법에서 부여된 보호를 약화시키거나 감소시킴으로써 무역 또는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규정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이것은 무역을 이유로 환경법 집행을 막거나 환경보호수준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는 양 국가의 환경주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각 당사국은 상대국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국의 환경보호수준과 환경발전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자국의 환경법 및 정책을 채택,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다만 당사국은 환경법 및 환경정책이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협상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던 사안은 대중 참여 확대와 분쟁해결절차 문제였다. 대중 참여 보장제도는 환경법에 대한 대중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서, 개인이 협정 이행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환경법 위반 주장에 대한 조사절차 등 환경법 집행절차를 공개해야 하며, 한국 국민은 미국 정부에 대해, 미국 국민은 한국 정부에 대해 환경관련 정보를 제공받거나 의견을 교환하고 환경 규정의 이행 사안에 대해 서면으로 입장을 제출(written submissions)하는 등 서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
환경관련 분쟁이 발생할 때에는 한미 FTA의 일반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해결한다. 원래 본 협상에서는 환경 분쟁에 대해 특별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여, 일반적인 분쟁 사안에 대해서는 양 국가의 협의에 따라 해결하고 당사국이 환경법 집행의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만 환경 패널(Panel)에서 판정을 내리도록 되어 있었다. 패널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연간 1,500만 달러 이내에서 과징금을 내고, 과징금은 위반국가의 환경법 집행 개선 및 제도 정비에 사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추가협상에서 분쟁해결절차가 전면 수정되어 환경 분쟁에 대해 모두 일반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고, 과징금 상한선이 1,500만 달러 이상으로 올라가며, 과징금은 상대국가에서 손해배상금의 명목으로 가져가게 되었다. 
이 외에도 각 당사국은 환경법 위반 시 손해배상소송 등 사법, 준사법, 행정 절차를 보장하며, 환경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메커니즘을 장려하고, 환경협의회를 설치하여 환경 규정의 이행을 감독하고, 양국간 환경협력 확대를 위해 환경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을 합의하였다. 또한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 등 7개 다자환경협약의 국내법 이행을 위한 조치를 채택,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한미 FTA 환경규정은 무역보다 환경을 우선하고, 개인의 환경보호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본래 환경개선 의의를 퇴색시킨 추가 협상
가장 큰 문제점은 추가협상을 통해 환경 요건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5월 미국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신통상 정책에 따라 강화된 환경과 노동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협상을 요구하였다. 추가협상 결과 미국의 제안대로 모든 환경 분쟁 사안에 대해 일반적인 분쟁해결절차를 적용하고 과징금도 위반국가의 환경개선을 위해 쓰는 대신 금전적 보상금의 형태로 상대국가에 지불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이에 따라 환경 분쟁 사안에 대해 종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과징금도 가벼운 벌칙(smart penalty)에서 손해배상금으로 그 의미가 변하고 과징금 액수도 더 늘어날 수 있게 되었다. 사전에 정부 간 협의를 하고 양국 정부를 분쟁당사자로 하며 분쟁해결대상을 환경관련 법제도로 국한하고 투자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등 분쟁해결의 남용을 막기 위한 우리 측 조건이 수용되기는 했지만, 추가협상 결과는 기존의 합의된 사항에서 크게 후퇴할 뿐만 아니라 양 당사국의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본래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또한 양국 정부는 환경 및 노동규제를 무역제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에 합의하였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991년 돌고래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참치 잡이를 해야 한다는 국내법(Marine Mammal Protection Act & Dolphin Protection Consumer Information Act)을 위반하였다는 근거로 멕시코에 대해 참치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다. 당시 미국-멕시코 간의 참칟돌고래 분쟁에 대해 WTO 패널에서는 미국의 수입 제한이 GATT 규정에 위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의 주장을 기각하였지만, 이 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이 국내 환경법을 근거로 무역규제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는 달리 최근 시작된 한EU FTA 협상에서는 처음부터 환경을 이유로 하는 무역제재를 배제하기로 합의를 하고 있다. 
둘째, 환경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양 국가는 DDA협상에서 우리가 시장개방을 제안한 폐수, 폐기물, 배기가스 정화, 소음방지, 환경영향평가 외에 환경컨설팅과 토양오염복원사업을 추가로 개방하기로 하였다. 환경컨설팅과 토양오염복원사업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분야로써, 특히 토양오염복원사업의 경우 우리의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초보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당히 불리하다.
셋째, 자동차 협상과 관련하여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자동차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미국 캘리포니아의 평균배출량제도(FAS)로 채택하고 있다. 평균배출량제도는 자동차 생산업체가 생산하는 차량 전체의 배출가스 총량을 기준으로 규제함으로써, 차종별로 다양한 배출기준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연료별, 차종별로 규제하는 우리의 단일허용기준체계보다 선진화된 제도라고 보고 있으나, 실제로 환경오염 감소에 더 효과적인 지는 의문시된다. 또한 우리나라 승용차에 보편적으로 장착된 자기진단장착 부착의무를 미국 자동차에 대해 08년 말까지 면제함으로써 우리의 환경기준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런 점들을 살펴볼 때 한미 FTA는 환경 분야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으며, 얻기보다는 주는 것이 더 많은 협정이라고 볼 수 있다. 명분은 얻고 실리는 내어주는 기존의 외교협상이 또 다시 되풀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우리의 협상력 부재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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