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연 / 환경정의 정책팀장

지난 4월2일, 드디어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 속에 한미FTA협상이 타결됐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그동안 철저한 비밀속에 붙여졌던 한미FTA 협정문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협상타결 이후 52일만이자 미국의 TPA(무역촉진권한, Trade Promotion Authority)기한인 6월 30일까지는 불과 35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이미 정부는 주요 통상 현안이었던 쇠고기 수입과 자동차 배기가스 적용 유예, 스크린쿼터 축소, 의약품문제를 한미FTA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 준 바 있어 양국 통상 협상의 불리한 전개를 예고 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미FTA!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불리는 FTA(Free Trade Agreement)는 특정 국가 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시키는 협정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국간 또는 지역 사이에 체결하는 특혜무역협정이다. 협상 개시 1년여 만에 세계최대시장 미국과의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통합협정이 목전에 있다. 우리 삶의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무력화될 국내 환경정책
그동안 정부는 국내의 수많은 제도와 국민의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한미FTA의 영향에 대한 구체적 분석도 없이, 국민들에게 협상 과정에 대한 정보들을 통제한 채 독단으로 밀실협상을 강행해 왔다. 결국, 지난 2일 타결된 한미FTA협상 및 이후 공개된 협정문의 결과는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경제, 사회, 환경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며, 국민들의 삶에 치명적인 피해를 불러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를 얻어냈다고 스스로 장밋빛 미래만을 홍보하지만 한미 FTA 협상은 그 협상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미국에게 끌려 다닌 협상이었다. 더불어 협상내용에서도 농업, 의약품, 투자-서비스 분야에서의 미국측 요구를 광범위하게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이어 LMO(유전자조작생명체, Living Modified Organisms) 수입시 안정성검사 생략, 자동차세제 및 배출가스 완화와 더불어 투자자-국가소송제도까지 조건부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 결과가 미칠 국민 건강과 환경에 미칠 폐해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가공동의 자산이자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공유하는 환경을 보호하고 관리하며 자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이는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도 규정되어 있으며 우리 헌법35조에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조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던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역시 수용함으로 정부의 모든 공공정책이 미국 투자자의 소송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정부는 보건, 안전, 환경, 부동산 등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고는 하나, 예외 조항도 함께 두고 있어서 국내의 정당한 환경정책이라 하더라도 미국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자에 의해 제소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더불어 환경정책 및 환경규제의 기본원리인 ‘사전예방의 원칙’도 크게 훼손될 것이 예상되며 그에 따른 환경정책기본법, 환경보건법(안), 대기환경보전법 등의 개별환경법률도 무력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위험에 노출된 환경과 건강
한미FTA로 인한 자유무역의 확대는 국가간 상품교역의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위험의 이동’을 가져온다. 생태계 교란, 푸드마일의 확장 및 GMO식품의 유통으로 인한 식품안전의 문제 등으로 우리의 식탁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위험들로 위협받고 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즉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생산성 향상과 상품의 질 강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다른 유전자를 넣음으로써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를 뜻한다. 이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질병에 강하고 소출량이 많아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다며 ‘기적의 식품’, ‘제2의 녹색혁명’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에도 인간에 무해하다는 점이 분명하게 검증된 바가 없으며, GMO 품종으로 인해 기존의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환경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등의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어 ‘프랑켄슈타인 푸드’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EU에서는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GMO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GMO에 대해 이미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국가이다. 콩, 옥수수, 유채, 면화 등의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05년 재배면적은 4,980만 헥타르로 전체세계 재배면적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농산물 개방과 연계되어 세계최대 GMO 생산국의 농산물이 우리 식탁안전을 위협하게 되었다.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LMO가 FTA 협상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산 LMO 수입시 한국 내에서 위해성 평가를 생략하도록 이면합의를 해주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과 같이 안전성 논란이 있는 식품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별도의 안전성 검사 및 수입거부를 할 수 있는 국내 GMO 정책을 후퇴시키는 결과는 낳게 되는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내었다는 자동차분야 협상은 금번 한미FTA 협상으로 인하여 대기오염, 에너지 절약, 기후변화 등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국내정책마저 뿌리 채 흔들 우려를 낳고 있다. 한미FTA협상 내용 중 자동차 분야의 주요한 협상결과를 살펴보면 8%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수입관세의 철폐, 제도변경을 위한 워킹그룹의 협의, 자동차세 3단계축소, OBD(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On-Board Diagnostics) 부착의무 2년 유예 등이 있다.
특히 미국차에 대한 예외적 세제개편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국내 소형차 위주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이다. 국내 중, 대형차 비율은 전체 승용차의 72.5%(06년 기준)로 외국에 비해 기형적으로 왜곡되어 있다.  또한 미국산 수입차에 대해 OBD부착 의무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것 역시 기존의 국내의 자동차 관련 대기오염저감 정책에 혼란을 일으키며 대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민주적 질서에 반하는 FTA협상
부처간의 사전 인지와 합의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제도 개선과 구조조정 과제를 포함한 협상 결정에서 국회를 배제하고, 협상 추진과 타결과정에서 국민들의 합의를 배제한 채 이룬 한미FTA협상은 우리 사회가 어렵게 이루고 지켜온 합리적 상식과 제도, 대의민주주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공격이다.
앞으로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추진으로 국민의 삶은 중대하게 변화될 것이다.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국민의 선택이 폭이 넓어지고 삶의 질이 질적으로 높아질 것이라 선전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국적불명의 위험에 노출되고 환경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수 십 년간의 노력과 결실이 수포로 돌아 갈 수 있는 기로에 서있다. 많은 논란과 숙고 끝에 국민적 합의로 이룬 국내 환경정책들을 후퇴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식품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며 종국적으로 환경과 국민 삶의 질 하락을 초래하는 한미FTA는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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