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영 / 식품영양학과 석사과정

2004년 5월. 오페라는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듣고 배웠던 게 전부였던 나에게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무척이나 비싼 공연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운 좋은 기회를 잡게 되었다. 그 오페라가 바로 <카르멘>이다.
다른 음악회나 뮤지컬 공연은 많이 가봤지만 오페라는 처음이라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전에 리뷰 자료도 보고 줄거리도 파악하고 출연진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카르멘> 줄거리는 익히 널리 알려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집시 여인 카르멘은 평범한 군인 호세를 끊임없이 유혹하지만 호세는 넘어 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카르멘의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잘못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 호세는 고향의 약혼녀 미카엘라도 저버리고 카르멘을 택하지만 그녀는 곧 호세를 배신하고 멋진 투우사 에스카미요와 사랑에 빠진다. 이를 못 견딘 호세는 결국 카르멘을 칼로 찔러 죽이고 울부짖으며 자신도 칼로 찌르고 자살을 하게 된다는 스토리이다.
서곡 투우사의 노랩…. 은은한 그 투우사의 노래가 오케스트라의 화음으로 연주되면서 서서히 막이 오른다. 스페인이라는 배경이 주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집시춤과 투우의 이국적인 정취, 귀에 익은 아리아,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등은 훌륭했다.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외 오페라였기 때문에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카르멘의 매력에 푹 빠져 3시간이 넘도록 공연을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르멘>에 등장하는 아리아는 ‘하바네라’, ‘집시의 노러, ‘투우사의 노러, ‘미카엘라의 아리아’, ‘카르멘과 호세의 이중창’ 등이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곡은 바로 ‘하바네라’인 것 같다. 귀에 익숙한 곡이었지만 곡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오페라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노래는 ‘사랑은 자유로운 새(L`amour est oiseau rebelle)’라는 내용의 곡으로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가사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 때 당신은 날 조심하세요” 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매혹적인 집시 카르멘이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장미를 입에 문 채로 유혹적인 목소리로 하바네라를 부르면서, 돈 호세에게 추파를 던지고 현혹적인 춤을 추면서 차츰차츰 호세에게 접근하는 장면은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난 하바네라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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