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학생처럼 철없던 내가 지겨워서 떠났었는지 몰라요.
당신이 사라진 후, 많은 것이 변했어요.
참 이상하지요. 내게는 원래부터
있지도 않은 듯 정지된 시간들 속에
그렇게 많은 움직임과 변화들이 있다니.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내가
당신이 사라진 뒤에서야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는 거에요.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난 누구보다 큰 꿈을
가지고 살았는데도 말이지요.
그렇지만 어떤 현실도 소박한 꿈조차 허락하지 않아요. 어릴 때 위인전을 보면서
특별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너무 많이 빌어서일까요. 끔찍한 역사는 허락도 없이 우리들의 작은 일상을 끌어들이고, 그것만이 우리 앞에 닥친 진짜였죠.
너무 특별해서 원망조차 나오지 않는 그런 일상 속에서 그래도 그저 먼 곳의 꿈을
바라보느라,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따위가 행복이라곤 생각조차 못했고
말이죠. 진부한 얘기지만, 행복의 진가는 불행의 끝에서야 알게 된대요.
당신과 함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순간이 내가 가진 저 먼 곳의 꿈들보다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해줬어요.
다시는 세상에 대고 말할 수 없게 될 줄 알았어요. 아직도 많은 것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게 만들어 주는 당신이 좋아요. 세상 어떤 것도 완벽히 소통해 주지 못함에 울고 있을 때, 가장 큰 벽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당신이 그저 평범한 친구가 되어
주어서 고마워요.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미련할 정도로 지독한 사랑을 하는
여자로서의 당신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이제 막 내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조금 늦었지만 나는 이제 진짜 ‘행복’이란 걸 하게 될 것 같아요.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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