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오늘날 세계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몇 가지 통계적 사실로 비춰 볼 때 경이롭기 그지없다. 06년 중국의 GDP는 2조 37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구매력(PPT) 평가기준으로 볼 때 미국 GDP의 77%에 해당한다. 더욱이 향후 10년간 연간 7%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임이 분명하다. 06년 1조 7600억 달러에 달한 무역액은 연평균 20% 이상의 급속한 증가를 유지하면서 3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외환보유고도 현재 약 1조 200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갖는 의미는 성장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내포하는 국제적 영향에 있다.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석유와 같은 각종 지하자원의 수요는 국가간 자원 확보 경쟁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또한 국제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확산은 비슷한 수준의 발전 국가들뿐만 아니라 선진국들까지도 기업경쟁력 약화와 실업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섬유, 식품, 가전 등 경공업 중심에서 벗어나 점차 자동차, 전자, 항공, 조선, 철강 등 고부가 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의 국제적 영향력과 문제점
물론 인류가 성취한 문명적 성취와 그에 따른 혜택은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성장이 수반하는 적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제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제적 의미를 갖는다. 이를테면 중국인의 일인당 소득은 구매력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세계 80위권에 있고, 연간 일인당 평균 에너지 소모량은 미국인의 7분의 1 그리고 한국인의 4.5분의 1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외형적 성장은 여러 가지 국내외적 문제들을 수반하고 있다. 그것은 불평등 해소, 환경오염(국토의 28% 정도가 사막화 내지는 황무지화되고 있음), 관료들의 부패 척결, 국유기업 개혁이나 건전한 상행위와 같은 시장경제 규범과 제도의 확립(작년 중국산 가짜 의약품에 의해 남미 파나마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함), 사회보장 제도의 구축과 같은 사회정책적 과제들 이외에도 경제적 다원주의와 정치적 권위주의의 결합과 같은 정치적 과제들도 안고 있다.
중국의 성장은 성공적인 체제개혁과 무관하지 않지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같은 오늘날의 세계 경제체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13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겨냥하여 세계의 500대 대기업들은 거의 모두 중국에 투자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10만개 이상의 외자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06년 중국의 전체 무역액에서 외국자본은 수입과 수출 모두에 있어서 각각 약 60% 정도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거기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화 내지는 시장자유화도 이처럼 투자처를 찾고 있는 국제적 자본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도 그러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동시에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과 그에 따른 실업, 그리고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게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본의 이동과 국제적 역학관계에 있어서 깊은 모순이 존재함을 확인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각국의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 즉 중국의 강대국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외국)자본의 목적으로써 이윤 추구와 (중국)국가의 목적으로써 정치적 권력과 영향력의 강화 사이에는 어떤 상관성이 없는 것인가. 여기에 관하여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에 입각하여 중국의 등장이 국제적 관계나 행위규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경제체제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일반적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다른 나라들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와 달리 현실주의적 관점에서는 국가간 권력과 이해의 대립은 여전히 유효하고, 따라서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그에 따른 국제질서의 재편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화의 추세는 자유주의적 시각에 굳건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적어도 국가가 국제정치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해와 행위의 단위라는 사실에 어떤 결정적인 변화가 있을 기미는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외국)자본의 이익에 봉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동시에 국가 단위로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지는 많은 모순된 측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등장은 이미 대세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것은 국제적 수준의 경제와 정치에 중요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근대 이후 패권적 지위를 유지해온 서방세계는 중국의 등장으로 인하여 기존의 국제질서가 전적으로 재편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사는 점차 중국의 국제적 등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성장한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질서를 위협하지 않고 기존의 룰을 지켜나가도록 유도할 것인가. 특히 중국이 여전히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 제2차 대전 이전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게임의 룰을 바꾸어 기존의 패권에 도전할 것인가이다. 중국의 등장은 당장 정치적 대결이 아니더라도 세계시장에서 자원과 시장,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을 더욱 자극할 것이고 이것은 비경제적인 영역에서 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패권이 된 중국과 이에 대한 대응책
물론 중국의 경제적 등장에 대해서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과거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즉 중화적 질서라는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현저한 힘의 불균형으로 말미암아 이들 국가들은 - 지역적으로 시기적으로 얼마간 차이가 있었으나 - 중국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강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국제체제는 미국과 같이 패권적 지위에 있는 국가는 스스로 정해놓은 가치나 질서를 다른 나라들에게 물리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막는 장치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등장은 새로운 형태의 패권적 경쟁을 내포하고 있고,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응하는 방법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첫째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막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글로벌화의 측면에서 보면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명적 혜택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비윤리적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무한정한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은 자원과 시장을 둘러싼 국가간의 경쟁 및 갈등과 환경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둘째는 경제성장이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 보다 현실적인 차선의 대안은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패권적 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결국 중국의 등장이 국제적 수준의 갈등과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제 경제체제와 정치질서에 있어서 규칙과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무한한 성장이 아니라 절제되고 균형잡힌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수립하거나 아니면 개별 국가의 행위나 선택을 공동체적 틀 안에 둘 수 있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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