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꿈이 아닌 공간이동
남승헌 편집위원  |  n_luci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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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호]
승인 2007.06.10  1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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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네티즌 484명에게 ‘갖고 싶은 초능력을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했더니 1위로 '공간이동능력'이 뽑혔다. 공간이동이 실용화되면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이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갈 수 있다. 그런데 공간이동이라는 아이디어는 과학적 이론에 의해 탄생된 것이 아니라 영화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고안된 장치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랙>의 진 로든베리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SF영화일지라도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거부했다. 그런데 <스타트랙>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행성에 착륙시키는 장면을 찍을 때 에피소드마다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이 문제였다. 제작자들은 진 로든베리에게 매번 우주선이 착륙하지 않아도 가능한 착륙 방법을 의뢰했다. 여기에서 진 로든베리의 천재성이 발휘된다. 그는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비롯한 소형 우주선들을 목적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트랜스포터 빔(운반광선)’을 고안했다. 그의 원래 구상은 본래의 물체를 주사(走査)하여 모든 정보를 추출한 뒤 이 정보를 수신 장소로 전송하여 복제물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스타트랙>에서 사람을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장치로 들어가게 한 후 스위치만 눌러주면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져 전혀 다른 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나게 한다.

공상이 만들어낸 공간이동장치
<스타트랙>의 아이디어가 워낙 매력적이라 곧바로 이런 공간이동장치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를 많은 학자들이 연구했지만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93년 IBM의 찰스 베넷 등이 어떤 과학 법칙도 위배하지 않고서 양자 원격 이동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발표했다. 그들은 양자 정보의 본질적인 특징(즉 정보를 한 계에서 다른 계로 교화할 수 있지만 결코 복사하거나 복제할 수는 없다는)을 사용함으로써 한 입자의 양자 상태를 얽힌 빔, 곧 EPR 빔으로 원격 이동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넷의 원리를 김기식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애리스는 두 개의 전자를 서로 작용시킨 후 하나를 상자에 넣어 보브에게 보낸다. 다음에 애리스는 공간이동하고 싶은 전자(세 번째의 전자)를 남은 전자와 서로 작용시킨 후 이 두 개의 전자에 관한 정보를 보브에게 보낸다. 정보를 받은 보브는 가지고 있는 전자(네 번째의 전자)를 먼저 보내온 전자와 상호작용시켜 두 개의 전자의 상태가 애리스가 보낸 정보와 완전히 같아지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네 번째의 전자는 세 번째 전자의 완전한 복제가 된다. 결국 세 번째의 전자는 애리스에게서 보브가 있는 곳까지 공간이동한 결과를 얻는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 방법이 어떤 과학 법칙도 깨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리스는 자신이 가진 입자들의 양자 상태를 모두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정성 원리는 깨지지 않았다. 또한 원래의 입자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어떤 복제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일부 정보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내므로 원격 이동 과정은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빛의 속도를 넘어서지 않아도 된다. 소위 물리학 법칙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공간이동 개념은 97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의 안톤 젤링거를 비롯한 일단의 과학자들에 의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들은 한 지점에 있던 빛을 제거한 후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이와 똑같은 빛을 완전하게 재생하는 실험에 성공했던 것이다. 빛의 기본단위인 광자(光子)가 갖고 있는 주요 물리적 특성에 관한 정보를 다른 광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냄으로써 마침내 빛의 공간이동을 실현한 것으로 적어도 공간이동 아이디어 자체가 터무니없는 상상의 산물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들의 발표 덕분에 <스타트랙>의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98년 캘리포니아 공대의 제프 킴블 팀은 인스부르크 대학의 실험보다 개선된 방법을 사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빛의 재생을 재현했다. 이들은 어떤 거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자연의 가장 작은 입자 간의 양자 공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01년, 하버드대학의 미하일 루킨과 렌 하우 박사가 별도로 진공상태에서 빛을 완전히 정지시켜 저장했다가 다시 놓아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02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과학자들은 앞선 과학자들의 기술을 더 개선시켜 <스타트랙>의 팬들을 더욱 흥분시켰고 03년 1월에는 55미터에서 2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만큼 원격 이동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되었다. 현재는 수만 분의 1초에서 수백만 분의 1초 동안 빛을 정지시킬 수 있지만 왜 더 오래 빛을 정지시킬 수 없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학자들이 빛을 정지시키는 기술에 몰두하는 것은 광통신에 유용한 것은 물론 양자 컴퓨터에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연구로 04년 3월에 미국 국립표준기술원의 리차드 미린 박사는 적외선 레이저를 인듐갈륨비소화합물 반도체로 구성된 10~20nm 크기의 양자점(quantum dot) 구조에 비추는 방식으로 빛의 가장 작은 단위인 빛 알갱이를 하나하나씩을 내보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학자들은 현재의 기술로 광자의 상태처럼 기본적인 상태는 수 킬로미터는 물론이고 인공위성에까지 원격 이동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원자는 현재의 기술로 원격이동이 가능하며, 분자는 향후 10년 내에 원격이동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프 킴블은 ‘한 실체의 양자 상태가 다른 실체로 전송될 수 있다. 우리는 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과학자들이 빛을 이동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SF영화에서의 공간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연구는 자연계의 가장 미세한 입자간 물리적 특성을 옮기는 이른바 양자공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적용분야는 물체의 공간이동이 아니라 초고속 컴퓨터 개발이다. 양자공간이동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로 수백만 년이 걸릴 문제를 단 수 분 만에 해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꿈의 컴퓨터이다. 학자들은 빛의 제어로 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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