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의 정책평가

최근 한국은 ‘토플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토플 시험 주관사인 미국 ETS사는 7월 실시하는 시험에 우리나라와 일본 응시자들에게 응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시 이를 번복하고 마치 ‘선처’해주듯 6월에 한국에서 특별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으로 유학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ETS에 휘둘리며 이러한 횡포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시험에 응하고 있다. 또한 변화된 시험 방식도 ‘토플대란’을 부추겼다. 시험이 IBT(인터넷 기반 시험)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응시할 수 있는 인원수가 줄어들었다. 이 결과 토플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접수하는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일부 수험생은 외국으로 원정 시험을 보기도 하며, 토플 전형을 채택했던 전국의 외고들은 입시안에서 토플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미국의 한 기관에 우리나라가 휘둘리고 있는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다. 실제의 필요와는 상관없이 영어 시험이 권력화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써 기능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공신력 있는 시험의 개발 등의 사회적 각성은 생각하지 않고 마치 토플 성적이 모든 곳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마구 끌어다 쓰곤 했다. 외고나 대학에서까지 굳이 토플을 표준으로 삼을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또한 토플, 토익성적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에서 과감히 벗어나 우리나라 자체 역량으로 개발한 영어능력인증시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현실화되면 영어 시험으로 인해 해마다 지출해야 하는 거액의 국부 유출을 막고 ‘토플대란’과 같은 시험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토플을 보려고 웃돈을 주고 해외로까지 나가는 유학 준비생들, 외고 입시에 등 떠밀려 토플 공부에 매달리는 어린 학생들, 그리고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ETS의 행태들은 한국 영어 시험의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언제까지 시험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되어 부당함을 참고만 있을 것인가.
 이선희 편집위원 lshlsy@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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