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4년 간의 정책평가

이재봉 /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

이 글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통일부에서 <참여정부 4년 대북 정책 성과>라는 조그만 책자를 보내왔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중재자로 2·13합의를 이끌어냈다. 둘째,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왔다. 셋째, 투명한 대북 지원과 남북 관계 발전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했다. 넷째, 교역과 경제 협력 등 남북 교류를 확산시켜 왔다. 다섯째, 이산가족 상봉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다. 이렇듯 통일부가 ‘성과’로 꼽는 내용 가운데 비교적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처음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대북 정책을 되짚어 보고 평가해보자.
첫째,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북핵 불용, 평화적 해결, 주도적 역할 수행”이라는 3원칙을 세우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관련하여 노 대통령이 04년 11월 미국을 방문해서 전쟁은 결코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은 이제 막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과 그 주변의 ‘네오콘’이라 불리는 호전적 강경파들을 겨냥한 ‘승부사’다운 발언이었다.

6자 회담과 남북 대화 연계의 한계
‘주도적 역할 수행’과 관련해서는 04년 6월 이후부터 6자회담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에 대해 이른바 ‘중대 제안’을 하여 05년 9·19 공동성명 채택을 이끌어낸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남북 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어렵다거나 한반도 평화도 없다는 정책 기조와 주장을 앞세우고 요즘 6자회담과 남북 대화를 연계시키고 있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에 관한 문제를 통째로 북한과 미국에 맡겨놓는 게 바람직할까. 물론 남한 안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 정부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추구하는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미국의 눈치를 보는 보수 세력의 극심한 견제와 비판을 받는 처지에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이해한다.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게 실수와 비판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이라는 인식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가 남한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남한이 이를 막거나 바꿀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남북간 군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최초로 04년 5월 장성급 군사 회담을 개최하는 등 4년 동안 30여 차례의 군사 관련 회담을 열어 남북 사이의 긴장을 완화시켰다. 04년 6월에는 남북 함정간 공용 통신망을 운용하기로 합의하고, 군사 분계선에서의 선전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99년과 02년의 서해교전과 같은 우발적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05년 8월엔 남북 해군 당국간 긴급 연락 체계를 마련하였다.
대북 정책으로 한정시킬 수는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05년 2~3월 수 차례에 걸쳐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기한 것도 의미가 컸다. 북한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북미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의 폭격이나 침략 위협이 증대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노골적으로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마당에 시의 적절하게 바람직한 대외 정책 노선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수 세력은 거센 비판과 의혹을 제기하였지만, 북한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한편 미국과 일본이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거나 봉쇄하는 데 편들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마다 3월경에 실시되는 남한과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은 남북 사이에 갈등과 긴장을 높이고 있으니 안타깝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한미연합전시증원·독수리 (RSOI/FE) 연습’때마다 경계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남한 당국과의 대화를 거부해 왔다. 특히 07년 3월에는 “지난 2월 13일 6자회담에서 힘들게 마련된 합의 리행과 회담의 진전 과정에 그늘을 던지는 위험천만한 도발 행위”라며 “우리는 대화 상대방을 위협하는 대규모 군사 연습을 강행하면서 ‘화해와 관계개선’, ‘평화와 안정’에 대해 떠드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진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셋째, 참여정부는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동의’를 위해 ‘일관되고 투명한 대북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남북 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남북 관계를 더욱 진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04년 9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투명성’을 내세워 대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미숙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00년 6.15 정상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건네진 자금의 출처와 경로 등을 수사하고 사법 처리함으로써 지난날 김대중 정부 관련 인사들과 남한의 진보 세력은 물론 북한 당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남북 관계를 경색시킨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가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하여 06년 한 측근 인물을 밀사로 보낸 사실이 최근에 밝혀짐으로써 참여정부가 강조해온 ‘투명성’에도 흠을 남기게 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에나 후에나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절감했으면서도,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을 때조차 이를 이끌지 못한 것은 정치력 부족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