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아인슈타인은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1949년 뉴저지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의 쿠르트 괴델은 시간여행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명확한 방정식의 해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우주 자체가 회전을 하면 그 주변의 빛을 끌어당기게 되면서 '일시적인 인과율의 고리'가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CTC(닫힌 시간 곡선, closed timelike curve)'라 부르는데, 괴델은 입자 바로 근처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빛의 속도를 초과함 없이 시간의 닫힌 경로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므로 시간여행을 한 뒤에 정확히 출발 지점, 출발 당시의 시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63년에는 뉴질랜드의 로이 커가 회전하는 블랙홀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균일한 속도로 회전하는 우주가 아니라 팽창하는 우주이므로 이들 이론을 적용해도 타임머신은 불가능하다.
이때 타임머신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부채질한 사람은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은 개인적으로는 기계적으로 타임머신을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블랙홀은 유입된 정보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타임머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호킹 박사가 1975년에 발표한 블랙홀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거대 질량이 수축·붕괴해 생긴 ‘무한히 작은 젼인 블랙홀에는 엄청난 중력이 존재해 모든 것을 빨아들여 파괴되므로 블랙홀에는 아무런 구조도 정보도 없다는 것을 순수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입증했다.”
그는 블랙홀 중력의 가장자리(‘사건의 지평선’)에서는 이른바 ‘호킹 복사’라는 에너지 방출이 일어나 블랙홀은 결국 질량을 잃어 소멸한다고 밝혔다. ‘호킹 복사’는 애초 정보가 아닌 소실된 정보이므로, 결국 과거의 정보는 블랙홀 소멸과 더불어 ‘흔적 없이 존재를 상실한다’는 얘기다. 호킹은 또한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달리 블랙홀은 소모한 에너지만큼 홀쭉해지기도 하며 마침내 증발하기도 한다고 발표했다. 미니 블랙홀이 에너지를 내뿜을 때는 검은색이 아닌 흰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유명한 호킹 박사의 증발 이론이다.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과 타임머신의 가능성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이론에 따라 1988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킵 손 교수는 웜홀(worm hole : 벌레구멍) 이론을 발전시켰다. 웜홀은 간단하게 사과 위를 기어가고 있는 벌레에 비유된다. 사과 표면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2차원 공간의 벌레는 표면의 두 점 사이를 표면을 따라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 3차원이 허용된다면 두 점을 직선으로 잇는, 즉 사과 속으로 파 들어가는 벌레구멍이라는 지름길이 생긴다. 이와 마찬가지로 별과 별 사이, 또는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 사이에도 이러한 지름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웜홀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간을 굽힐 수 있다면 실제거리가 얼마이든 웜홀의 길이는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38만 4천킬로미터인데 1미터의 웜홀이 생기면 한 발짝만 옮겨도 달에 갈 수 있다.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킵 손 교수가 제안한 웜홀에도 큰 문제점이 있다. 웜홀을 열린 상태로 유지하려면 웜홀의 벽을 열린 상태로 지탱할 수 있는 일종의 특이한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물질은 보통 물질과는 달리 음의 에너지밀도(질량이 0보다 작은)와 음의 중력을 가져야 한다. 음의 에너지란 에너지가 0보다 작은 것을 의미하므로 학자들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근래의 학자들은 네덜란드의 헨드릭 카시미르가 음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04년 7월 스티븐 호킹 박사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던 블랙홀에 대한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고 발표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호킹이 이와 같이 발표하게 된 근본 요인은 ‘호킹복사’가 ‘뒤섞인 정보’라고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뒤섞인 정보란 블랙홀의 ‘호킹복사’가 어떤 유한한 온도의 열평형 상태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방출이라는 뜻으로 이것이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 논쟁의 시발점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블랙홀 속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우주는 없다. 정보는 우리 우주 속에 있다. 공상과학 팬들에게는 실망을 주게 되어 미안하지만 정보가 보존된다면 블랙홀을 이용해 다른 우주로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블랙홀로 뛰어든다면 질량 에너지는 우리의 우주로 되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 정보는 뭉개져서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수정된 이론은,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형태로 바뀌어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것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이론 수정은 수많은 시간여행 아이디어들을 사장케 한다는 다소 유쾌하지 않은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1991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리처드 고트 교수가 주장한 ‘우주끈(통일장 이론에 나오는 초끈이론과는 다른 개념임)’이라는 물체를 이용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아직 유효하다. 우주끈은 그 폭이 원자핵보다도 작은 끈 모양의 물체이지만 질량은 1m3당 10+16톤이나 되며 무한한 길이의 닫힌 고리 형태로 우주를 아광속으로 떠돈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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