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일부에서는 로스쿨 법안을 사학법재개정과 연결시켜 문제삼는 한나라당에, 또 일부에서는 로스쿨 입학정원과 관련해 마찰을 빚고 있는 법조계와 대학측에 책임을 돌린다. 그리고 진보적 시민단체들에서는 로스쿨의 도입 자체가 법의 영역을 자본의 영역에 포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와중에 국회통과는 지연되고 있고, 연내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09년 3월 개교마저도 불가능하게 될 처지에 직면했다.
그 사이 로스쿨 설립을 목표로 하는 대학들 간의 경쟁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 간의 경쟁충동을 부채질해 왔다. 오른쪽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경쟁의 과열은 경제적 수치를 통해서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06년 7월 현재 이미 국내 대학들의 로스쿨 설립에 대한 투자는 약 2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앞으로 1,700억 원 가량이 더 투자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로스쿨이 대학사회를 자본투기의 장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로스쿨 논의와 경쟁의 과열현상을 부추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러한 현상들이 로스쿨 도입 자체에 내재된 문제의 본질을 보게 하는 것은 아닐까.

 로스쿨 도입과 개혁과제
로스쿨의 도입은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처음 검토되었다. 그 이름 자체에서 암시되듯이,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로스쿨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 정체기를 경유하여 05년에 법률안이 제출되면서 실질적인 도입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한미 FTA가 이달 초 체결되면서 로스쿨 도입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사법시험제도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반복해서 이루어졌다. 사법시험제도에서 이른바 ‘고시낭인(考試浪人)’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 대학의 법학교육과 사법시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 법률시장이 폐쇄적 구조로 재생산되면서 사법비리의 가능성을 낳는다는 점 등이다. 나아가 기존의 제도에서는 내부 경쟁이 부재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자기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법률서비스의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이 더불어 부각되고 있다.
이리하여 로스쿨의 도입은 두 가지의 해결과제와 함께 등장하게 되었다. 하나는 그것이 초국적 로펌(law firm)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전문가의 양성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종의 ‘시험테크닉’과 고답적인 지식을 요구하던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로스쿨 교육의 전문가 훈련과정이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미 거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로스쿨 체제를 완수한 초국적 기업들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법시험의 폐지를 통해 대학교육과 법조계의 인력양산 체계를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고시낭인’의 양산으로 이어지는 인력낭비 문제의 해결과 법조계의 구조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리 녹록치 않다. 지난 달 28일 중앙대 법학관 2층 대강당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표제로 열렸던 심포지움에서 중앙대 법과대학의 이인호 교수는 현행의 로스쿨 논의의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첫째, 기존의 사법시험이 로스쿨 입학시험으로 대체될 우려가 있다는 점. 둘째, 사법연수원의 독점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체계가 로스쿨의 과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 셋째, ‘고시낭인’들이 ‘로스쿨 입학시험 낭인’들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스쿨을 통해서도 내부 경쟁의 촉발계기가 부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교수나 학생들 모두 자기 개발의 동인을 얻기 힘들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로스쿨의 도입이 국내 법률시장의 적절한 개혁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다양한 각도에서 폭로되고 있다. 더욱이 아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이 시장개방으로 들어올 초국적 로펌의 위력 앞에서도 자기 개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90년대에 이미 개방되었던 독일의 법률시장이 초국적 로펌에 의해 거의 초토화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법률시장 개방과 대학의 딜레마
현실이 이처럼 위태롭지만, 대학 간의 과열경쟁은 거의 병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로스쿨이 설립될 경우 나타날 대학 지명도의 상승이 가히 파격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 대학들은 국가정책 결정의 영역에 자기 대학 출신들이 들어감으로써 막강한 제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가 여부의 불투명성과 국회 법안통과의 지연에 의한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들은 여전히 도박에 비견할만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는 로스쿨 인가를 위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전적 투자를 감행한 상태다. 법학관 건설을 비롯해, 30명에 이르는 전임교원의 확보가 그 결과이다. 그러나 설령 로스쿨 인가를 받는다고 해서 연구공간으로서의 대학 본래의 위상을 되찾을 수는 있겠는가. 오히려 대학과 법률시장을 자본의 투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현행의 로스쿨 도입과정에 편입함으로써 대학의 위상 자체를 근원적으로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고태경 편집위원 죱 donghwa@cauon.net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