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규 / 중앙대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 교수

 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는 시장투명성과 조세형평성, 투기수요 억제, 주택공급 확대, 서민주거안정 등 4개 정책목표를 설정, 지난 4년 동안 9차례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집권 4년이 경과한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동산 외에는 꿀릴 것이 없다.” 부동산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 특히 주택문제는 난마처럼 얽혀있다. 주택은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토지문제와 연계되고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주택은 그 생산기간이 장기적이라 공급이 매우 비탄력적이다.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주택만큼 큰 비중을 지닌 재화가 없다. 지난 30여 년 동안 소비자 물가지수와 도시근로자 소득 증가율보다 주택가격은 훨씬 빠르게 상승하였다. 05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에 따르면 전체가구의 약 15%가 최저주거기준이하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다. 주택은 이재의 수단으로 치부되고 주거수준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하고 다루기 힘든 정책영역이 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아홉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다. 05년도의 부동산 대책은 보유세 및 양도세를 중과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06년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대상 지구 확대 등이 핵심적 정책내용이었다. 그러나 대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가격이 오히려 지속적으로 상승하였고 급기야는 이미 폐기처분한 반시장적인 분양가 규제책 등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07년 1.11 대책을 보면 수도권 및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며 분양 원가가 공개되도록 조치되었다. 아울러 채권 입찰제를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것이 민간 아파트에도 적용된다. 거의 모든 규제 수단이 동원된 느낌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1.31대책은 2017년까지 총 260만호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된다면 총 주택대비 임대주택의 비율은 현재 6%에서 20%로 높아져 영국, 독일 등 서유럽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건설교통부의 1·31대책 초안과 2차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10년 임대 후 매각하는 비축용 임대주택 50만 채를 짓기 위해 조성할 펀드에 2019년까지 정부 부담 이자로만 16조9000억 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또 임대주택의 공급확대 외에도 장기모기지론 공급 활성화와 임차자금 보증지원 확대 등 금융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며, 정부가 저소득층의 임대료 일부를 보조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부가 금년 1월 31일 내놓은 장기임대주택 공급물량 확대 등 주택정책은 내 집이 없는 저소득서민층의 주거불안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대책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의 무게중심이 ‘규제적 가격안정’에서 ‘복지적 주거정책’으로 전환함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민간부문의 공급 위축 가능성을 일축해왔던 정부가 뒤늦게 공급 위축 가능성을 시인하고 임대주택펀드의 운용손실을 재정에서 보전해주도록 한 점 등은 현실파악의 적실성이 부족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게 되었다.

변화되는 주거 정책과 지속되는 사회 혼란
그동안의 정책들은 정부가 민간부문의 분양가 인하나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가격 안정, 특히 투기수요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책들이었다. 1가구 2주택이나 고가의 아파트 보유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고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급물량확대는 부진했다. 즉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를 과소평가한 결과이다. 최근 정책 방향의 선회는 현재 장기 임대주택의 재고비율이 총 주택재고의 3%에 불과해 저소득 서민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는 점을 뒤늦게 시인하고 대책을 수립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초기 부동산 대책은 규제만능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 된다. 그런데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을 통한 대책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리고 너무 자주 변경되고 뒤집기가 다반사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이 누적되었다. 이러한 불신감은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더욱 심화되어 강도 높은 정책에 내성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보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주택공급의 가능성이 희박하게 되어 또 다시 주택가격급등이 초래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리고 정부가 역점을 두는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않는 등 부동산 대책 입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택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공급 및 주택가격안정을 위한 실현가능한 중장기적 주택정책의 로드맵을 다시 작성해야 할 것이다. 주택공급의 비탄력성을 고려하고 국민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점진적이고 종합적이며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금년 말이면 대통령선거가 있고 08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부동산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는 원칙이 수립되어야 하고 당리당략이나 정치인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영국의 주택정책이다. 80년대 초 대처 보수당 정부에서 채택한 ‘내집 마련기회 확대책’과 ‘민간의 주택공급 지원책’을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계승 발전한다는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지향하는 이념이 상이한 두 정당이지만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면 여야를 가릴 것 없다는 큰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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