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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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과학
입자에 대한 사고체계의 전환
남승헌 편집위원  |  n_lucid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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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호]
승인 2007.04.17  22: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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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 가장 강력한 폭탄, 가장 정밀한 현미경 등 과학의 세계 기록 옆에는 항상 물리학이 있다. ‘물리학은 모든 자연과학의 기초’라는 말에 걸맞게 물리학자들이 늘 극한 영역을 연구하는 데 앞장서기 때문이다. 연구분야를 나누는 여러 척도 중 크기에 초점을 맞춰 보자. 가장 큰 쪽에는 우주 전체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는 ‘우주론'이 있다. 반대로, 가장 작은 쪽에는 자연계의 기본 구성단위를 연구하는 ‘입자물리’가 있다. 입자물리와 우주론의 이론적 기반은 지난 세기 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쌍두마차인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과 상대론(General Relativity)이다
입자물리 입장에서 보면 요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나노과학’을 정의하는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도 매우 큰 편에 속한다. 나노미터 정도 되는 분자를 더 확대하면 원자, 원자핵, 전자, 쿼크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입자물리의 세계를 지배하는 이론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표현으로 ‘불확정성 원리’를 꼽을 수 있다. 여기서 '불확정성'이란 거시적으로 볼 때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입자도 미시적으로는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입자의 위치나 속도 대신 '파동함수(wave function)'라는 개념을 이용해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게 된다. 현미경 대신 망원경을 들어 하늘을 보면, 우리 태양계부터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거시세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이 지배한다. 상대론에 따르면 시·공간은 고정된 채로 물리현상의 배경이 되는 '무대'가 아니라 휘어지고 진동하는 등 우주 만물과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학의 '주인공' 중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우주에 속한 각종 물체들이 시공간을 휘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휘어진 시공간의 모양에 따라 물체들이 움직이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중력이다.
역사적으로 물리학의 발전은 항상 모순으로부터 출발했다. 새로운 실험결과가 기존의 이론과 모순될 때, 또는 실험결과와 잘 맞는 두 이론이 서로 부딪칠 때, 물리학자들은 뭔가 큰 혁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한다. 앞서 언급한 양자역학과 상대론도 19세기 물리학으로는 풀 수 없었던 각종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렇다면 이 두 이론으로 인해 물리학의 모순은 모두 해결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뜻밖에도 양자역학과 상대론은 이제까지 물리학자들이 경험했던 어떤 모순보다도 더 심각한 갈등을 안고 태어났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상대론과 모순을 해결하다
아인슈타인 이래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과 상대론을 결합시킨 ‘양자중력’이론 개발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 중 대부분은 양자중력의 어려움만 부각시킨 채 수포로 돌아갔다. 양자중력이 왜 어려운가? ‘움직이는 시공간’ 개념에 ‘불확정성 원리’를 적용해 보자. 그러면, 거시적으로 부드러워 보이는 시공간도 미시적으로는 매우 심하게 요동을 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상대론의 수학적 기반인 리만(Riemann)기하학은 부드러운 시공간을 다루기에는 안성마춤인 반면 꺾였다 펴지고 찢어졌다 다시 붙는 등 심하게 요동치는 시공간을 다루기에는 부적합하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상대론을 창안했을 때는 리만기하학이 이미 알려져 있었기에 가져다 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수학을 모두 동원해도 요동치는 시공간을 ‘길들여’모순 없는 하나의 물리이론을 만들 방법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 상대론은 거시세계에 따로 존재하니 두 이론의 모순은 무의미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체 관측결과와 상대론을 조합하면 필연적으로 도달하는 빅뱅 이론에 의하면 초기 우주는 매우 작고 뜨거운 입자들의 용광로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중력과 양자역학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또한, 초기우주와는 별도로 블랙홀도 양자중력을 필요로 한다. 블랙홀은 빛조차 집어삼키는 괴물같은 존재다. 상대론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블랙홀 주위에서 양자역학을 고려하면 블랙홀은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스티븐 호킹이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에 빠져든 빛과 나온 빛 사이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면 양자역학의 근본원리와 위배되는 ‘정보소실’ 현상이 생긴다. 이 블랙홀 정보 문제가 양자중력 이론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데에는 물리학자들 간에 이견이 없다.
양자중력 문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그동안 의미 있는 발전이 있어 왔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후보는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다. 초끈이론의 출발점은 모든 입자 및 힘의 매개체를 '끈의 진동'으로 보는 것이다. 기타나 바이올린의 끈이 진동의 파장에 따라 다른 음색을 내듯이 하나의 끈이 진동하기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자가 된다는 말이다. 마치 화학의 원소 주기율표에 나타나는 패턴을 원자핵과 전자의 결합 모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듯이 자연계의 모든 기본입자를 하나의 끈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초끈이론 연구에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애초의 의도와 상관없이 초끈이론이 자동적으로 상대론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또한, 끈의 유한한 크기로 아주 미시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되었던 시공간의 요동을 통제할 수 있음도 밝혀졌다.
초끈이론은 80년대부터 독립적인 연구분야로 자리 잡았으며 90년대를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다. 95년에는 양자중력 연구 사상 처음으로 호킹이 제기한 블랙홀의 정보 문제를 일부나마 정량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초끈이론의 잠재가능성이 널리 인정받기 시작했다. 또한, 초끈이론은 기존의 입자물리에서 다루던 문제를 색다른 각도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이 실제로는 5차원인 세계를 담고 있는 일종의 ‘홀로그램’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최근 양자중력과 입자물리 이론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디어는 기존의 리만기하학을 넘어서는 ‘양자기하학’의 가능성을 제시해 수학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 20년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받은 수학자들 중 5분의 1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초끈이론 연구와 관련이 있다.
초끈이론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양자중력 이론의 성패를 직접 판가름할만한 실험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각종 천체 관측 프로젝트 덕분에 조만간 초기 우주의 흔적도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08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차세대 입자가속기에서도 기존의 입자물리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관측될 예정이다. 이미 초끈이론은 입자물리, 우주론, 양자중력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향후 10~20년간의 실험을 통해 현재 초끈이론이 가진 한계를 발견하고 이를 넘어서는 보다 완벽한 이론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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