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통권 환수 논란 뒤집어보기

현재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나 군사 안보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한미 양국은 내년 3월 체결을 목표로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10월 연례안보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로드맵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그리하여 작통권 문제를 놓고 한미 FTA 못지않은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마치 1946년 해방정국에서의 ‘찬탁 반탁’ 논쟁을 보는 듯하다. 당시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을 두고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되었던 원인은 국제정세에 대한 몰이해와 더불어 신탁통치안에 대한 잘못된 여론에서 비롯되었다.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갓 해방된 조선에 대해 미국과 소련은 ‘임시정부를 전제로 한’ 신탁통치안을 내놨다. 여기서 본질은 임시정부였고 신탁통치는 현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본질이 아닌 현상이 대두됨으로써 ‘신탁통치 찬성이냐 반대냐’로 국민여론이 분열되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소련이 신탁통치안을 주장하고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한다는 왜곡보도를 함으로써 반탁(신탁통치반대)운동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반탁운동은 반소·반공운동과 결합되어 한민당 등 친일세력이 하루아침에 애국자로 둔갑하여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군사주권인가 군사경쟁인가
결국 반세기만에 맞이한 해방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지휘권을 인수받은 지 1년 만에 한국군 작전권을 맥아더에게 이양했다. 그 후 한국군 작전권은 1953년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 실질적으로는 미군에 있어 왔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정부는 작통권 환수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지금의 작통권 환수가 한국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상실했던 군사주권을 탈냉전시대를 맞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일부에서는 작통권 환수가 통일시대를 주체적으로 열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지금 노무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작통권 환수가 과연 군사주권의 회복이며 통일한반도를 앞당기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많다. 8월 14일자 한겨레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작통권 환수를 지지하면서도 60% 이상이 안보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런 안보불안감은 보수언론들이 흘리는 왜곡보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또 한편 작통권 환수가 군비강화와 동북아 군사경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미 전략대화에서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했다. 미 국방부가 발표한 ‘4년주기 국방정책검토’에 따르면 미국은 전 지구에 흩어져있는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해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주한미군사령관이 계속 작통권을 가지고 한반도 작전사령관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역할 전환’은 한국뿐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나토에 지원한 전투력에 국한해 나토사령관의 작전통제 하에 두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고, 헌법적 제약이 있는 일본은 주일미군과 자위대간의 사령부간 연계 강화를 통해 기존 병렬형 지휘체계를 보완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장기적인 동북아 구상에 걸맞지 않는 한국군 작통권을 반환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지휘체계를 통합 운영하고자 한다. 한일 간 군사협력이 제도화되어 일본의 헌법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동북아판 나토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리되면 북한문제나 대만문제에 있어 미국이 기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점차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동북아지역에 미국의 개입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평화헌법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작통권 환수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로 이어져 유사시 미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또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와 서명운동도 불붙고 있다. 보수언론의 작통권 환수 반대 캠페인과 보수단체들의 물리력 행사는 임기 말 레임덕에 처한 정부를 압박함으로써 유리한 대선정국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다. 60년 전 동아일보가 그랬듯이 권력창출을 위한 보수언론의 왜곡플레이는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있다.
미국은 작통권이 환수되면 오히려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이라며 보수세력을 달래는 한편, 부시 대통령은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작통권 문제가 정치쟁점화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작통권 조기이양에 긍정적인 이유는 ‘전략적 유연성’,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에 한국정부가 이미 합의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정부가 한국민의 의지에 관계없이는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미국은 폭정의 종식과 민주주의 확산을 안보목표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전포고했는데, 동북아에서 이것은 정확히 북한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휘말리지 않으리라고 미국이 보장할 수도, 정부가 장담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작통권 환수는 한국의 군사력 약화에 따른 안보불안을 가져온다는 논리는 뒤집어 봐야 제대로 보인다.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비추어볼 때 작통권 환수는 보수언론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한국의 군비증강과 함께 동북아 각국의 군비경쟁을 초래할 것이다. 작통권 환수 이면에는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동북아패권을 장악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와 ‘보통국갗를 지향하는 일본 제국주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꿰뚫어보는 국제적 시야와 주체적 판단이 없다면 우리는 통일한반도가 아니라 60년 전 ‘찬탁 반탁’ 논란의 결과가 그랬듯이 ‘제2의 한국전쟁’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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