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역사 - 88 서울 올림픽

김원경 / 건축미술학과 석사과정

06년 월드컵 때 시청 앞에서 환호하고 울고 웃던 기억들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이젠 08년 올림픽을 손에 꼽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내가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정작 한국에서 열린 88올림픽 때는 안 좋은 기억들만 가득하다. 강제적으로 땡볕 아래서 하던 굴렁쇠와 부채춤, ‘손에 손잡고’를 외우게 하는 학교때문에 입이 삐죽 나왔던 기억뿐이다. 아마도 집 앞 길들이 넓어지고 좋은 아파트들이 지어지던 시기도 그 때인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나길 기원하던 그 때 갑자기 우리 동네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애인 올림픽 때문에 온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 그렇게 많은 장애인들을 보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어렸던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올림픽에 동원되던 시기였기에 힘차게 휠체어를 타는 그들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감동도 느꼈지만 기억에 가장 깊게 남은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올림픽 이후에 치러지는 장애인 올림픽이지만 중계는 고사하고 그 흔한 플랜카드 하나 걸어놓은 것을 못 봤으니 말이다. 휘황찬란했던 거리는 어느새 보통 길로 돌아왔고 선수들만이 자신들과의 싸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한 송파구에서 비싼 아파트에 속하는 것들은 좋은 목에 지어지고 지금도 가치가 매우 높지만 그 당시 장애인 아파트가 지어졌단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동네 한적한 곳에 세워진 아파트는 당시 사람들이 건설반대를 외치기도 했으니 ‘나는 절대 장애인이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만이 머리를 맴돌기도 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 자체로 지금 충분히 창피하지만 보아주는 관중 없이 자신들과의 싸움에 몰두하는 그들은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운동선수들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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