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00번지 - 교내 구두방 아저씨

인터뷰를 위해 쪽문 쪽에 위치한 구두방을 찾았다. 안쪽의 구두 수선 공간과 사방 가득 열쇠가 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아저씨의 주름과 함께 한 공간의 연륜이 느껴졌다. 인터뷰 시작부터 올해로 벌써 예순여섯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정말 젊어 보이신다며 비결을 슬쩍 묻자 아저씨는 “젊은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웃으며 살다보니 또래나이의 사람들보다 좀 젊어 보이나 보네”라고 답을 건넨다. 구두방 아저씨가 중앙대에 터를 잡은 것이 벌써 26년 전이란다. 예전에는 구두방에서 학생들이 구두 닦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며 흐믓한 미소를 던지신다. “처음에는 이거 좀 하다가 딴거 할라 그랬어. 근데 어쩌다보니… 여기서 구두딱던 놈들 아직까지 모임하고 그래. 가끔 나를 찾아오고. 그럴 때 보람도 느끼고… 그러다가 여기 정착해서 지금까지 왔나봐.”
오랫동안 학교에 있다 보니 학생들 변해가는 모습도 보인다고 하신다. 예전에 학생들 참 낭만적이었단다. 우리 선배들일 그 예전 학생들은 구두방에 앉아서 책도 읽고, 음악도 들었었단다. “예전에 여기에 음악도 틀어놨었는데, 구두 금방 고쳐줘도 음악 다 끝날 때까지 앉아서 듣고 가고 그랬어. 커플들 들어와서 구석에서 수다도 떨다 가고...” 그러다 아저씨는 요즘 학생들 낭만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신다. “그냥 빨리 해달래. 다들 바쁜가봐. 그게 나쁜건 아니지. 자라온 세대가 다르니까. 그래도 술 담글 때 오래 묵혀두면 그게 맛있잖아. 학생들이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나이 먹었다고 내 생각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단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여유를 좀 가졌으면 좋겠어.”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즈음 한 학생이 구두를 들고 들어온다. 좀 있다 찾으러 오라는데 그 학생도 바쁜가 보다. 아저씨에게 온갖 애교 부리며 좀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저씨는 못이기는 척하며 구두를 받아든다. 그 학생은 밝게 웃으며 자기가 아껴놓은 거라며 ‘맛밤’ 봉지를 꺼내 아저씨에게 한 움큼을 내민다. 그곳에 앉아 있던 나도 얼떨결에 한 움큼을 얻어 먹는다. 아저씨는 수선을 끝내고 털털거리는 농담을 건네며, 돈은 됐으니 그냥 가라고 한다. 왜 돈을 안 받는지 이상해 하는 내게 아저씨는 “나한테는 이게 장사야. 학생들하고 농담하면서 웃으며 사는거. 그러다 고마우면 나중에 한 두명 소개해서 데리고 오겠지”라며 시원하게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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