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의 스크린 독점

송미란 / 심리학과 석사과정

관객은 더 이상 영화의 질을 놓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예술 영화는 예술을 쫓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축제라고 생각할 뿐, 대다수의 관객은 ‘대중적’이다. 이 시대에 대중적인 영화는 구전과 언론의 홍보를 통해 규정된다. 대대적인 마케팅 공략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작년 <왕의 남자>의 흥행은 영화인들에게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적은 제작비와 그다지 흥행력 있어 보이지 않는 배우들과 감독 등의 악조건 속에서 한국 영화계의 흥행 역사를 다시 썼던 <왕의 남자>는 신화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올해 여름, 봉준호 감독은 신화가 아무 때고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밥은 먹고 다니냐?”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새 영화를 기다렸을 테지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이어가는 맥락에서 <괴물>은 개봉되기 전부터 말이 많았다. 칸영화제에서의 기립박수로 시작된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언론 홍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문화 독점이라는 일침 속에서 이번에는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미 FTA 협상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길거리에는 스크린 속에 있어야 할 영화인들이 FTA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걸고 서 있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은 미국이 FTA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놓은 방안으로, 이로 인해 한국의 저예산 영화들은 설 곳이 없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들이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영화 <괴물>의 스크린 독점 비판 여론이 생겨났다. 분명 스크린쿼터제 축소로 인한 문제와 한 편의 한국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닮은 점이 많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소위 경제 논리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많이 가진 자는 우위에 서야 하고, 적게 가진 자는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는 방식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온갖 마케팅으로 총무장한 할리우드 영화가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 스크린을 장악하는 것이나, 역시 언론의 홍보와 마케팅 끝에 아무런 제지 없이 특정 영화가 관객이 제대로 선택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괴물>이 괴물처럼 스크린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데, ‘맞짱’ 뜰 뒷심 좋은 영화는 없지 않은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상영관 수를 제한하거나 저예산으로 촬영된 좋은 다른 영화를 선별하여 상영해주는 곳을 마련해주는 등의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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