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교육

한미 FTA는 지난 2월 공식적인 협상을 시작한 이후 1,2차 협상을 거쳐 9월 6일 3차 협상을 진행한다. 이번 3차 협상은 4일 일정으로 시애틀에서 진행된다. 3차 협상에서는 쟁점이 되어온 농산물과 의약품 그리고 섬유산업 등과 함께 교육문제가 쟁점화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2차 협상에서 파행을 겪긴 했지만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3차 협상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합의점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교육문제는 2차 협상 당시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가 “한국의 공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SAT등의 시장 접근에는 관심이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3차 협상에서 본격적으로 논의 될 전망이다. 
커틀러의 “의무교육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발언은 이미 한국 정부가 공영형 혁신학교나 외국인 학교 등을 통해 개방의 조건들을 갖추었기 때문에 나온 말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 측에서 자국의 대학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 등 테스팅 서비스의 시장 접근에 대한 관심은 SAT의 도입이 결국은 초중등 교육의 개방을 불러올 것을 예상한 발언이다. 우리나라가 초등 및 중등교육까지 개방하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로 우리 교육의 문제는 대학, 특히 그 입시방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진행 중인 공교육의 상품화

WTO의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공급은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국경간 공급으로 원격교육, 즉 사이버 대학과 같은 형태를 말한다. 두 번째는 해외소비의 형태로 교육에서 해외유학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상업적 주재로 교육에서는 사립학교 분교 설립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자연인 주재로 외국인 교사의 도입을 말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교육서비스 분야는 이미 상당히 개방되어 있다. 첫 번째 형태인 원격교육과 두 번째 형태인 해외 유학의 경우 거의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네 번째 형태인 자연인 주재도 제한 규정이 있긴 하나 실제로 외국인 교수 채용은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문제는 사립학교 설립에 관련한 것이다. WTO는 이미 올해 2월 복수적 양허요청안을 제시했다. 이 요청안은 사립학교 설립의 단서를 강하게 남기고 있다. 사립학교 설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립학교가 공교육을 보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라 그 과도한 비중으로 인해 공교육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교육의 개방은 공교육 전체를 개방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 FTA는 WTO와 같은 다자간 협상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에 WTO에 의한 개방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에서 교육을 상품화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개방에 따른 문제점

교육의 상품화가 불러올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교육비의 상승과 그에 따른 공교육의 붕괴 우려이다. 양질의 미국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은 극성적인 교육열이 이미 증명하고 있다. 또한 교육비가 상승하고 공교육이 붕괴되면 자연스레 교육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가 초래될 것이다.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건립 중에 있는 송도국제학교이다. 송도국제학교는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 투자자 자녀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등에 관한 특별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비록 내국인 학생의 입학비율은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설립 초기에는 재학생수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현재 송도국제학교의 1년 수업료는 미국 명문 사립학교와 맞먹는 2천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일반 고등학교의 연간 학비가 17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약 12배정도 비싼 학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송도국제학교는 초국적 자본이 들어와 사립학교를 설립하게 될 때 교육이 어떻게 사회 양극화를 체현하게 될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교육의 상품화로 인한 두 번째 문제는 교원 노동자 양성체계와 고용체계 자체의 변화이다. 작년에 통과된 외국교육기관특별법에 따르면 교원의 자격은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한국의 교원 양성 자격체계의 적용을 받지 않는 교원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 사립교육기관의 설립과 교원 노동자 채용과 인재 운영의 혼란은 결국 교육이라는 공공영역이 시장으로 흡수되어 공적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해 봤을 때, 교육이 한미 FTA 협상의 대상이 된다면 공교육 전체가 황폐화 될 것이다.
교육은 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한미 FTA는 그 근간을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유독 교육만은 아니다. 한미 FTA는 의료와 식품, 문화 등 우리 사회의 각 영역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변화자체는 나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명백하게 보이는 돌이킬 수 없는 퇴보로 향하는 것이 나쁘고 두려울 뿐이다.
 허민호 편집위원  slnabro@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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