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웅 / 생물학과 석사과정




유전학

얼마 전 한 광고에서 ‘즐거운 뉴스’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매일 연이어 뉴스에서 즐거운 뉴스만 나온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광고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즐거운 뉴스’와는 달리 우리 사회가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조명해 주고 있다.


인간들 사이의 갈등의 양상은 ‘개인-개인’, ‘개인-집단’, ‘집단-집단’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특히 집단-집단의 형태로 나타나는 갈등은 그 구성원들의 수가 많을수록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인간은 개인 혹은 개인이 속한 집단의 최대 이익의 발생을 위해서 노력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각 주체들 간에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다윈이 최초로 진화에 대해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한 이래로,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의 개념은 진화론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로도 매우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인간도 동물 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충돌 원인을 다윈의 이론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각 개체나 집단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충돌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응력이 높은 주체가 우위를 점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개체들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 개체는 그들이 속한 집단의 최대 이익에 개인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집단간의 충돌 현상이 인간의 진화와 연관 되어 있고, 또한 진화과정 속에 유전적 요인들이 관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집단 선택(group selection)’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 선택 개념은 진화론을 지나치게 사회화하여 적용시킨 경우로, 자연에 적응해가는 각 개체들이 자연선택 된다는 다윈의 본질적인 진화론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간들 간에 형성된 충돌, 갈등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집단’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체 선택(individual selection)’이라는 개념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동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개체의 의미로써 유전자를 도입하여 ‘유전자 선택(gene selection)론’을 제시하고 있다. 각 개체는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에 의해서 최대 이익을 도모하며, 성공을 위한 객체의 노력은 다른 객체들과의 충돌을 야기하게 된다. 여기서 ‘전략’이라 함은 미리 프로그램화된 행동 양식을 의미한다. 그 프로그램은 이미 인간의 유전자인 DNA상에 내재화 되어 있으며, 인간의 행동은 내재된 각본에 의해서 움직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충돌이 진화적, 유전적 이유에 의한다는 것은 이러한 짜여진 ‘전략’의 개념에 의해서 이제야 설명이 가능해진다. 도킨스는 진화상에 있는 최고의 주체는 유전물질 복제자(replicator)라고 여기며, 이를 운반해주는 것이 객체라는 것이다. 즉, 객체의 존재론적 의미는 자연선택의 과정을 극복해 낸 복제자(DNA)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는 것이다. 인간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DNA에 의해서 신체, 형태, 행동양식 등이 결정되며,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여러 양상들이 서로 상충되어 충돌을 일으키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선택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습, 행동들이 DNA라는 거대 분자들의 조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 다소 비약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간의 충돌 원인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좋은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서로 간에 끊임없이 갈등을 형성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충돌하고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의 고리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에 의해서 형성되며, 객체는 우월한 자신의 유전자 보존을 위해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성을 더해 가면 갈수록 인간 충돌의 양상을 설명하는 것도 매우 복잡해진다. 이러한 복잡성을 인간에 내재된 유전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를 과학적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해내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인간의 충돌을 유전자로 풀이하는 데에는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직관력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인간의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생명 현상의 본질 중 하나인 유전적 의미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역사적 행위들을 설명하는데 있어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사회속의 인간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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