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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민중의 살 권리를 외면한 글리벡 가격[이창]
최화진 편집위원  |  drum5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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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호]
승인 2006.07.05  0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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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 민중의료연합 공공의학센터장

글리벡은 사실상 유일한 만성골수성백혈병(CML)치료약이다. 언론은 일제히 글리벡을 기적의 약이라고 했다. 한국의 백혈병환자들은 글리벡 조기도입을 위한 민원을 제기하였고 그 성과로 2001년 6월에 스위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한국에 소개되었다.

그러나 글리벡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노바티스(스위스)가 글리벡 1알 당 2만 5천 5원(월 3백만원~7백 5십만원 환자부담)을 제시하면서 글리벡은 기적의 약이 아니라 먹을 수 없는 절망의 약이 되었다. 한국에 글리벡이 소개된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노바티스는 공급중단으로 환자들을 협박하거나 환자기금이라는 떡고물을 제시하면서 2만 5천 5원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노바티스가 제시한 가격(현재 2만 3천 45원, 환자기금 10퍼센트)과 1만 7천 8백 62원 사이에서 약값을 흥정하고 있다. 여전히 환자들이 먹을 수 없는 가격을 두고 말이다.
글리벡의 약값이 비싼 이유는 한국에서 글리벡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노바티스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WTO(세계무역기구)하의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은 특허라는 이름으로 20년간의 독점기간을 제약자본에게 보장해 주고 있다. 특허에 의해 시장독점성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약값은 선진국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으로 결정된다. 선진국시장이 중심이 되는 것은 북미, 유럽, 일본을 합친 시장이 전체 제약시장의 82퍼센트를 점유하기 때문이며, 이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최고의 가격은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 제약자본의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은 약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한다.

노바티스가 환자기금을 제시하면서도 약가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한국시장이 커서라기보다 전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써 전세계 약가통일, 의약품 특허권의 강화라는 다국적제약자본의 이윤창출전략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미상공회의소와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한국의 복지부가 선진 7개국의 평균가에 근거한 약값결정기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혁신의약품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며 노바티스를 방어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노바티스가 스위스와 미국의 약가를 근거로 한국의 글리벡 약가를 제시했듯이 같은 방법으로 40개국이 넘는 곳에서 글리벡 가격은 2만 5천 원 안팎에서 결정되었다. 한국의 약값이 2만 5천 원에서 대폭 하락할 경우에 전세계 곳곳에서 항의가 빗발칠 것이기 때문이다. 제약자본이 약가통일을 추진하는 이유는 각 나라마다 다른 가격으로 판매할 시에 더 싼 약을 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신약에 대한 지나친 약가, 이로 인해 약을 못 먹어 죽어가는 환자들이라는 대치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가 제약회사의 투자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가 2000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5가지 약물의 개발에서 공적자금의 비율이 무려 77~95퍼센트를 차지한다.
또 2000년 4월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1년~94년 동안 미국의 신약개발비용에 대한 기여도의 비율은 제약회사, 미국 국세청, 보건복지부가 대략 2:1:2이며, 제약회사의 기여도는 36~4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글리벡의 경우를 보자. 글리벡은 60년대부터 30년간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백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91년부터 98년까지 미국 오레곤 암재단과 노바티스의 공동연구로 개발된 약이다. 공동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노바티스의 투자비용은 전체의 10퍼센트였으며, 98년부터 4년간 임상실험을 하는 동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노바티스가 임상실험에 소요한 비용의 50퍼센트만큼 세금공제를 받았다. 판매 8개월만에 투자비용을 다 회수했다고 노바티스 스스로 밝혔듯이 노바티스는 백혈병치료를 위해 공공의 기여로 개발된 약을 오로지 자신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특허를 이용하여 독식하고 있다.

글리벡을 특허에 의해 노바티스에게 송두리째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민중의 살 권리를 저당잡힌 것이다. 노바티스는 글리벡만 독점한 것이 아니라 죽어야 할 사람과 살아야할 사람을 구분하는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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