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과학의 정치와 유전자조작식품[이창]
최화진 편집위원  |  drum57@nate.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75호]
승인 2006.07.05  00:59:3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김동광 / 고려대 강사·과학저술가

오늘날 우리는 과학의 정치 또는 정치의 과학이라 불림직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과학이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행사하는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조건, 또는 삶 자체가 과학화(科學化)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세 시대의 지배 이념이었던 신학이나 종교가 중요한 정치의 장이었듯이 현대의 지배적인 이념인 과학이 중요한 정치의 장이 되고 그 자체가 정치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에서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사례인 유전자조작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정치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유전자조작식품 논쟁의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이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몇해전 큰 파동을 일으켰던 유전자조작(genetically modified) 콩은 제초제에 대한 내성(耐性)을 가진다는 이점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이 생산하는 주된 GM 작물이다. 이 콩은 제초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콩에 삽입해서 아무리 강력한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재배가 편리하고 제초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상업화에 성공한 3대 GM 작물로 꼽히는 콩, 옥수수, 면화의 경우 미국에서만 총재배면적의 약 40퍼센트(콩은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GM 작물의 유전자는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어서 인체나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했다. 유전자 조작작물을 개발하고 판매해온 주된 당사자인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 곡물기업들은 오랜 품종개량의 결과물인 기존 작물과 GM 작물이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의 아파드 푸스타이 박사가 98년에 유전자 조작된 감자를 먹인 쥐의 간과 심장 등의 장기가 줄어들고 기능이 저하되는 등 면역체계가 약화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초국적 곡물기업의 이윤추구가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 이후, 유럽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은 ‘프랑켄푸드’(Frankenstein-Food)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후 GM 작물의 유전자가 다른 식물로 전이(轉移)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나라에서 발표되어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지난 1월에는 버클리 대학의 생물학자가 멕시코의 GM 옥수수의 유전자가 토착종에 전이된 사실을 밝혀낸 논문이 영국의 권위있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릴 예정이었다가 갑자기 철회된 사건이 발생해서 거대 생명공학회사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GM작물의 문제는 지난 99년 뉴라운드 회의와 2000년 1월 캐나다 몬트리올의 생물안전의정서 채택 과정에서 중요한 협약대상으로 제기되었다. 새천년이 시작되던 무렵에 과학적 주제가 국가간 협상 무대라는 도마 위에 주요 의제로 오르게 되었다는 것은 21세기의 과학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일련의 회의에서 GM 작물 문제는 “무엇이 과학적으로 옳으냐”, “안전한가 그렇지 않은갚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GM 작물의 국가간 교역이라는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유럽은 물론 제3세계 국가들까지 예상 밖의 강력한 반발을 나타내자 기가 꺽인 농산물 수출국들이 한발 물러났다.

협의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GM 작물에 대한 라벨링이 채택되기는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곡물수출국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GM 작물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 그리고 그에 대한 조치 등은 이미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셈이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최화진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02관(대학원) 201호 대학원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70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