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사회
존댓말모듬살이
허민호 편집위원  |  slnabro@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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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호]
승인 2006.07.03  16: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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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이란 원래 신분적 위계를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신분적 위계가 사라졌음에도 우리는 존댓말을 쓰고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존댓말의 사회적 기능이 변하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형식적으로 신분적 위계가 없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의 입장에서 현대사회의 존댓말은 신분적 위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존중의 표시로 기능이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존댓말을 존중의 표현으로 상정할 때 한 가지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 그것은 존댓말이 대부분 일방향적으로 쓰인다는 사실이다. 존댓말은 주로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지위가 낮은 사람이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일방향적으로 쓰인다. 존댓말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는 것이라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은 존중 받을 가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존댓말이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기능과는 다른 기능 즉, 위계를 나누는 기능에서 그 존립 근거를 찾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존댓말이 일제시대와 군사 정권을 거쳐 오며 강화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쓰는 언어에서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평민의 경우 특별히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경우 서로 ‘하오’체를 쓰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같은 신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엄격한 존댓말 대신 서로에게 친밀한 언어를 사용하였다. 이런 언어 습관은 구한말까지 전승되었지만,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을 거쳐 군사정권에 이르며 만들어진 전 사회의 병영화에 따라 변화하였다. 미세영역에서 만들어진 철저한 위계는 나이와 지위에 따라 존댓말을 적용시켰다. 그에따라 존댓말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친밀함의 영역은 축소되고, 위계의 영역은 확장되었다.
존댓말이 상대방에게 위계에 따른 권위를 부여하는 만큼 존댓말을 쓰는 대상과의 대화는 일방적이 되기 쉽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선배라는 이유로 대화가 일방적 설교로 대체되기도 한다. 물론 어른이나 선배가 아이나 후배보다 경험이나 지식에서 뛰어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대화를 가로막고 경험과 지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 예의, 예절, 도리, 미덕이라는 말로 존댓말의 허위성을 위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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