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 상황 1
1943년 10월 28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해군기지에서는 전자기장으로 레이더망을 피하는 비밀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자기장을 이용해 군함 엘드리지호 주변에 특수 전자기장을 형성하여 레이더 신호를 혼란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발전기가 돌아가자 1,500억 볼트의 전류가 유입되면서 녹색의 빛이 나타났고 잠시 후 엘드리지호 전체가 이 빛에 휩싸였다. 그런데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녹색빛이 사라짐과 함께 엘드리지호도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얼마 후 이 배는 거기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버지니아주 노르폴크 해변에서 탑승한 승무원들과 함께 발견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레인보 프로젝트였다.

# 상황 2
1945년 12월 5일 새벽 3시, 미국 로더데일 공군기지에서 폭격기 5대가 비행훈련을 위해 이륙했다. 그러나 2시간 후 이 폭격기들은 관제탑과의 교신이 갑자기 끊어진 후 모두 행방불명되었다. 교신이 끊긴 지역은 대서양의 버뮤다섬과 버진 아일랜드, 그리고 쿠바 위쪽의 섬들을 잇는 버뮤다삼각지대였다. 이후 그곳은 마의 버뮤다삼각지대로 유명해졌는데, 1973년에도 2만톤급의 독일 화물선 아니타호가 선원 32명과 함께 그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위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잘못된 사실이 부풀려진 사례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사건들로 인해 눈 깜빡 하는 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동 또는 순간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 후 이와 같이 신비로운 공간 이동 현상을 과학적인 장치를 이용해 가능한 사실로 그려낸 영화들이 등장한다. 여러 편의 시리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스타트렉’과 ‘더플라이’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트렉’을 보면 물체 전송기를 이용해 가까운 행성으로 사람을 이동시킨다. 또 ‘더플라이’에서는 순간이동장치를 개발한 과학자가 시험해보기 위해 자신이 직접 장치 안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함께 들어온 파리 때문에 순간이동 후 무시무시한 파리인간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들은 공간이동을 하려면 물체를 원자상태로 분해한 후 이를 물질의 흐름 형태로 전송하고, 도착하는 곳에서 다시 재조합하면 된다고 비교적 과학적 원리를 충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런 과학적 이론이 실제 상황에서 가능한 일일까.
97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은 과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광자를 1m 떨어진 곳으로 순간이동 시킨 연구결과를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광자를 순간이동만 시켰을 뿐 복제해내지는 못했다. 동일한 광자가 다른 장소에 단 하나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에 영국 요크대 샘 브라운스타인 박사와 일본 도쿄대 아키라 후루사와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레이저빔을 한 번에 두 장소로 순간이동 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전해졌다.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 ‘피직스 리뷰 레터스’ 2월호에 실린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레이저빔을 낱낱이 분해한 다음 각 광자의 구성 정보를 정확하게 추출해 다른 장소로 전송한 후 정보를 받은 곳에서 이를 바탕으로 광자를 조립하여 원래의 레이저빔과 같은 레이저빔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이 성공한 광자의 순간이동이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의 개념이었다면 이번 국제공동연구팀은 ‘원격(tele)’ 순간이동과 ‘복제(cloning)’가 함께 일어난 텔레클로닝(telecloning) 개념이다.
그럼 이와 같은 빛의 공간이동 성공이 과연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현대 과학의 이론과 관점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10의 28승 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들 원자 모두를 정보량으로 변형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람의 원자를 모두 순수한 에너지 형태로 변형시킨다면 1메가톤급 수소폭탄 1,000개를 넘는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고, 현실적으로 그런 양의 에너지를 다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정보로 변형시킨다 해도 그 많은 정보량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대략 원자 하나에 1KB가 필요하다고 봐도 한 사람당 약 10의 28승 KB에 해당하는 정보를 일시에 저장해둘 수 있어야 한다. 이를 100GB짜리 하드디스크에 저장한다면 그 하드디스크를 쌓은 높이가 무려 500광년에 달할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또 그만한 정보를 전송하는 것도 문제다. 1초에 약 100MB 정도를 전송한다면 한 사람을 정보로 보내는 데 무려 20조년이나 걸린다.
이외에도 과학적으로 여러 가지 불가능한 이유가 많지만, 인간이 가진 독특한 정신(마음)을 어떻게 분해하고 재구성해낼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문제가 된다. 이동되기 전의 사람과 똑같은 기억과 희망, 꿈, 감정 등을 이동된 사람에게 그대로 재조합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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