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돈으로 계산하는 흐름을 이야기 하자 -  ② 너의 입맛은 잠식당하고 있다
말하지마, 너의 입에서 돈냄새가 나

현택수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입맛이 변했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신체의 변화가 입맛을 변화시키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입맛의 변화는 환경 변화의 탓이 크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음식 기호는 개인의 가정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의 영향 하에 생겨난다.

개인이 느끼는 맛, 매운 맛, 짠 맛 등을 포함한 음식의 특별한 맛은 먼저 개인이 가정 내에서 길들여지는 음식습관과 문화에 의한 것이다. 또한 개인은 특정한 음식과 색다른 맛의 사회적 유행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입맛도 가지가지’란 말이 있다.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기호가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말이다. 이같이 서로 다른 사람의 입맛에 따라 음식도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늘날 사람들의 입맛이 서로 많이 닮아가고 있기도 하다. 즉 음식과 입맛은 다양성과 획일성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는데, 현대의 음식 산업 시스템에 의해 맛의 획일성이 점차 증대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닮아 가는 것은 편리하고 단순한 음식 소비 습관 때문이다. 즉 소비의 편의성과 단순화가 구미(口味)의 획일화를 불러온다. 음식 맛과 소비의 단순화는 거대 자본과 전국적, 전세계적 유통망을 갖고 있는 음식, 외식산업 시스템에 의해 가속화된다. 세계인의 다양한 입맛은 오늘날 지구촌 곳곳의 햄버거, 피자, 치킨 체인점에서 대량 소비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에 의해 방향지워지고 잠식당한다. 패스트푸드 산업은 맥도날드, KFC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형 음식산업의 프랜차이즈는 지구촌의 국가, 민족, 인종별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침식하고 ‘패스트푸드 제국’과 ‘맛의 제국주의’를 탄생시켰다.

음식 소비의 편리함은 기존의 슬로우푸드마저 점차 패스트푸드화하면서 맛의 즉각성과 획일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젠 비빔밥 등 한식 편의식품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소비의 편리함과 시간적 효율성에 맞게 맛을 창조하려면 대자본에 의한 설비와 서비스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서구 음식 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했다. 때로는 지역의 특수한 맛과 융화하면서 근본적으로 서구의 맛을 보편화시키고 있다. 맛의 자본가들은 결코 맛의 획일성을 겉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맛의 보편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맛의 개성과 차별성을 내세운다. 그리하여 소비자들은 맛의 획일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것을 단지 ‘맛의 멋’, 즉 맛의 유행이라고 느낀다. 이렇게 음식 자본과 홍보 및 광고가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고 변화시키고 조종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의 확산과 획일성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입맛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습관과 유행처럼 음식소비를 한다.

음식 기호는 계층, 세대, 성별 등에 따라 다르다. 오늘날 음식 산업 자본은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맛을 변화시키고 통합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상술의 힘이 만들어낸 획일화된 맛은 때로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음식 산업 자본의 맛에 식상하고 이를 거부하는 일부 사람들은 ‘맛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늘날 전통 음식의 향수로 ‘음식의 원조’를 찾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전통 음식, 토속 음식, 생식, 심지어 과거에 유행했던 불량과자까지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이런 전통 음식과 음식 원조에의 회귀 현상에도 대자본이 침투하는 경향이 있다.

입맛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와 신체적인 현상에 기인한 것처럼 인식되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문화적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오늘날 음식 산업 자본은 새로운 맛의 개발과 전통 맛의 복고에 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우리의 입맛을 조종하고 지배하고 있다. 현대의 거대 자본과 음식산업이 낳은 음식과 맛의 미학은 개인의 세치 혀끝에 존재한다.

개인이 그 맛이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끼고 기업은 마케팅이 탁월했다고 믿을 때 음식 미학은 창조된다. 그리고 자본이 맛을 만들어내고 맛이 자본을 확대재생산하는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혀끝에 녹아드는 음식의 맛을 느껴보자, 돈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