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호 [Code읽기] 혹시 미국 '홍위병'이 된게 아닙니까

조성일/웹진 부꾸 편집주간

나이폴 경에게!

안녕하십니까. 나이폴 경. 당신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나는 아직 문학상까지는 아니지만 작년에 내 나라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음으로써 이제 겨우 노벨상 수상국가군의 말석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된 아시아의 한국에서 서평 전문 웹진 부꾸(www. bookoo.co.kr)의 편집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내가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당신은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내 나라에서는 요즘 한 유명 작가를 둘러싸고 홍위병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때마침 당신의 수상 소식을 접하곤 혹시 당신도 미국의 홍위병이나 주구 노릇을 하는 작가로 발탁(?)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들어서입니다. 절대 그런 일이 없으시다구요? 그렇게 말씀하시겠지요. 그건 당신의 뜻과는 상관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답니다. 서구에서 이슬람 전문가로 꼽히는 당신은 이슬람 정서를 서구권에 널리 알리면서도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신다면서요. 바로 그 점이 당신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결정적 동기가 아닐까요. 하기야 이 질문은 당신한테 할 것이 아니군요. 아, 이 질문에 대답해줄 위치에 있는 심사한 사람들이 마침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군요.스웨덴 한림원장 호레이스 앵달은 당신이 비아랍국가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해온 게 사실이라며 최근 미국에 대한 테러와 이에 따른 보복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수상자로 당신을 선정한 것이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했군요.

많은 사람들은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누가 될 것인지를 궁금해했지요. 당신도 알다시피 올해는 우리 인간들이 특히 의미부여하길 좋아하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한편으로는 운이 좋고 다른 한편으로는 운이 나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노벨 문학상이 어떤 상입니까. 누가 뭐래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지요. 이건 가문의 영광만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영광이지요. 당신도 수상 소감을 “내 나라 영국과 내 선조의 조국 인도에 엄청난 선물을 주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세계 언론이 매년 10월 첫째주 또는 둘째주 목요일을 숨죽여 기다리는 것은 그 어떤 뉴스보다 노벨문학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다는 의미지요. 한데 이번 당신의 수상 소식은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요. 상대적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탈레반 공격이 더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내 나라에선 용케도 당신이 꽤 큰 지면을 얻긴 했답니다. 어쨌든 그런 점에서 당신은 운이 나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아 미국과 탈레반 간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과연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 단골 후보이셨다구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당신의 수상이 더 절묘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는 이번이 100주년이라는 점에서 내 나라 유행어로 ‘깜짝 놀랄 만한’ 의외의 작가가 받을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당신이 선택됐습니다. 당신의 문학적 발언과 미국의 탈레반 공격 구실과 해명이 많은 닮은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미국은 말하지 않습니까. 자신들은 이슬람과의 전쟁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절대 아니라구요? 억울하시다구요? 에드워드 사이드를 아시지요. 그는 당신의 시각에 대해 서양인 방문자의 시각에서 본 오리엔탈리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하더군요. 또 당신의 30년지기인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해 화제가 된 미국 작가 폴 더루를 아시지요. 그도 ‘아버지를 죽이다’는 말로 당신의 정치적 편견들을 공격했더군요.  

나이폴 경! 사실 당신의 수상에 고추 가루를 뿌리려는 심산으로 이 편지를 쓴 것이 아니랍니다. 다만 노벨 문학상이 첫해부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해 해마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사실은 감안해 올해도 으레 그런 정치적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들어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것일 뿐입니다. 노벨 문학상까지 타신 대작가의 넓은 아량으로 나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십시오. 아뿔사! 이 편지를 마치려는데, 막 날아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폐막 공식 논평이 당신의 문제와 관련지어 사그러드는 나의 의구심을 다시 깨우는군요. “올해는 종교적 이슈와 함께 ‘현재적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주제에 특별히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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