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호 [思고뭉치] 회사와 대학원

이성로 / 정치외교학 박사 3차

누군가 인생은 과정적인 존재라고 했다. 이는 인생의 모습이 현재에서 미래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고,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 역시 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고심할 때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게 아닌데’하고 번민할 때가 많이 있었다.
그런 번민의 결과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벌써 3학기째인데도 입학시험 때의 아득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인터뷰 질문에 나는 분명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직장에서는 똑똑하기로 소문이 나있었는데 참으로 자괴스러웠다. 몇 년 사이에 지적 수준이 한참 퇴보해 있었던 것이다.

합격한 기쁨도 잠시. 절대로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고난의 연속(?)이다. 회사에서도 중견인지라 업무시간에 책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주기적으로 야근도 해야하는데 발제는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상식 수준에서 버티는데는 한계가 금방 보였다. 한국정치론 시간에 드디어 문제가 터졌다. 대충 준비를 했는데 이건 아니었다. 횡설수설대기 시작했고, 얼굴이 붉어지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생각뿐이었다.한 학기가 지나자 일과에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회사 업무에, 토요일과 일요일은 전적으로 학교 공부에 매달리는, 하루도 쉴 틈이 없는 바쁜 일과가 전개되었다.

월요일에 몰아서 수업을 신청한 관계로 발제문 준비하느라고 일요일 밤을 꼬박 새우다보니 정작 학교에 가서는 수업시간에 졸기 일쑤다. 어찌나 졸리는지 허벅지를 꼬집어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월요일 저녁은 밥 먹자마자 10시간은 골아 떨어진다.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그럭저럭 때워나가고 있다.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효율적인 독서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 1년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책만 보고싶은 생각이 든다. 인생사 진인사대천명이라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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