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호 [생명과학 맛보기] 광우병과 프리온
단백질이 생명을 위협하다

이석규 / 동신제약 선임연구원

현재 세계는 광우병과 구제역 발병 및 확산 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제역은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며 인체에는 해를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에 걸린 동물의 치사율은 나이와 종류에 따라 5-75%로 차이가 크다. 광우병은 말 그대로 소가 미쳐서 죽는 질병으로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 되었다. 소의 뇌의 특정부분이 파괴되어 신경이상 증상을 보이다가 결국 죽게 된다. 소의 뇌조직이 스폰지처럼 변형된다고 해서 우해면상뇌증(BSE)이라 한다. 질병이 소에게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고기를 섭취한 사람에게서도 발생한다(vCJD).

광우병 증상을 앓고 있는 소의 감염원은 프리온으로 밝혀졌으며, 사람에게 흡수되면 신경조직을 따라 뇌에 전달되어 정상 프리온의 구조를 변화시켜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온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 덩어리로 355개 정도의 아미노산을 갖는 저분자 단백질 화합물이다. 통상 질병의 유발 인자는 바이러스나 세균이었기에 그 대처 방안도 쉽게 도출될 수 있었으나, 단백질인 프리온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제거 방법과는 다르며, 아직까지는 광우병을 앓고 있는 소를 도축해서 폐기하거나 건강한 소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는 수동적 대처방안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프리온에 대한 검색방법도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소의 뇌 조직을 해부해서 검사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없고 사후 검증밖에 이루어지지 못한다. 현재까지 나온 가설은 퇴행성뇌질환으로 죽은 양의 사체를 이용해 제조된 동물사료(MBM)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동물사료의 대다수가 영국에서 제조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이것이 BSE 확대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되새김 동물(소, 양, 사슴, 엘크 등)에 단백질 사료를 먹이는 것을 금지하였고(1988년), 특정위험물질(뇌, 척수, 소화관)을 소의 도축과정에서 제거토록 하였으며(1989년, 1995년), 30개월 이상된 소의 고기는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1996년). 이러한 법률적인 정비를 한 후 영국에서 BSE가 1992년 한해 3만6천 마리 발생하던 것이 1999년에는 2천2백마리로 감소하였다. 영국에서 사람에게 광우병이 전염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한 1996부터 농림부에서는 도축되는 소의 뇌 조직을 채취하여 정밀 검사하였으나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견은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사람에 발생되는 퇴행성뇌질환(CJD)은 국립 보건원 통계에 의하면 47명(97년 이전 21명, 98-2000년 26명)이 발생하였다. 광우병 유발인자가 사람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슨병(vCJD) 환자에 대한 조사는 아직 원활하지 않다.최근 연구에서도 BSE에 감염된 양의 혈액 400㎖를 건강한 소에 주사했을 때 BSE에 전염된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런 연구가 혈액을 통하여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결과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경우로 판단된다. 이러한 감염을 막기 위하여 미국 FDA는 영국에 1980년부터 1996년 사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들의 헌혈을 법적으로 막고 있는 조치를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도 이런 조치를 각 혈액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계속되는 이런 시도들이 진행될수록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미지수라 하겠지만, 이 파장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했을 때처럼 인간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갈지, 소에 대한 관리만 철저하면 사람에게 미치는 파장이 최소화될 지는 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자연계의 질서에 대한 겸손함이야말로 중요한 자격요건이라는 생각을 벗어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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