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호 [생명과학 맛보기] 뇌질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간(幹)세포 치료법

두인석 / 동아제약 연구소 연구원

간(幹)세포란 우리의 몸이 죽을 때까지 자가분열을 지속적으로 하여 간세포와 분화된 자손세포를 만들어 내는 세포이다. 수정란이 약 2주가 지나 포배기에 도달하면 크게 태반을 형성할 부분과 태아로 발생할 내부 세포괴로 나누어지는데 바로 이 내부 세포괴로부터 분리해낸 것이 배아 간세포이며, 태반을 제외한 모든 세포로 분화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배아 발생과정이 진행되어 각각의 장기들이 형성되면, 그 장기에 특이적인 간세포가 존재하게 된다. 이와 같은 간세포는 일반적으로 분화능력이 제한되어 다른 장기의 조직세포로 분화하지 못한다. 성체가 된 후에도 대부분의 장기에는 각 장기에 특이적인 간세포가 남아 있어 정상적, 병리적으로 발생하는 세포의 손실을 보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성인의 골수에는 조혈간세포가 존재하여 수명을 다한 적혈구, 백혈구 등을 보충한다. 이렇게 성인의 각 조직에 존재하는 간세포를 성체 간세포라 한다. 즉 간세포는 크게 배아 간세포와 성체 간세포로 나뉜다.

배아 간세포는 이론상으로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체외에서 미분화 상태로 증식시킨 후, 치료할 조직세포로 선택적으로 분화시킬 수만 있다면 난치성 질병을 치료 할 수 있다. 즉, 파킨슨씨병을 치료하려면 사람의 배아 간세포를 배양 한 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손상된 뇌 부위에 이식하고, 당뇨병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도세포로 분화시켜 췌장에 이식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이러한 치료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배아 간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만 특이적으로 분화시키고, 면역거부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기술들이 발달되어야 한다. 면역거부 문제의 경우 배아 간세포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특이적으로 파괴하거나,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무성생식을 통해 수정란을 만들고 포배기까지 분화시킨 후 여기서 분리한 배아 간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의 경우 인간 복제라는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용이하지 않다.

성체에서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뇌조직에도 성체 간세포가 존재하며 매일 새로운 신경세포를 우리의 뇌에 공급한다. 신경 간세포라 불리는 이것은 학습 및 기억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학습 및 기억현상이 이미 존재하는 뇌세포간의 연결의 변화 및 강화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생각과는 달리 신경 간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세포에 의해서도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경 간세포를 뇌질환 환자에게서 추출하여 체외에서 배양, 증식시켜 다시 환자 자신에게 이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환자의 신경 간세포를 얻기 위해 환자의 정상적인 뇌조직에 2차적인 손상을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체 간세포를 이용하여 뇌손상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성체 간세포가 하나의 조직세포로만 분화 가능하다는 과거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여러 조직으로 분화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즉, 성체 간세포를 얻기 어려운 뇌조직의 경우 비교적 얻기 쉬운 골수를 추출하여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므로 면역거부 반응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이미 하나의 조직으로 분화된 간세포가 완전히 다른 조직의 세포로 분화하는 현상을 분화전이라고 한다.

미래에는 간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하여 원하는 조직세포로 분화시킬 뿐만 아니라 원하는 장기까지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를 이용하는 환자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좋은 일이겠으나, 인체라는 것이 언제든지 새것으로 바꿀 수 있는 부속품 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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