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시행하는 제도들 중 학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장학금 제도일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성취감과 더불어 무엇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 대학원 측은 신입생장학금제도를 대폭 확대하였다. 이미 지난 학기에는 시범적으로 성적장학금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신입생 26명에게 지급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학교 당국으로부터 4억원의 예산을 받아 총 7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하반기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신입생장학금제도는 원우들의 재정적인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제도의 취지에 대해 한상준 대학원 부원장(물리학과 교수)은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수한 교수진, 우수한 대학원생,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학기 대자보로 공고한 취지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제도는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선정절차 역시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하여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교수들의 전공에 진학을 예정하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지급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점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2% 부족한 제도

무엇보다 신입생이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지원신청서 접수시 함께 제출해야 하는 지도교수 예정 동의서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외부프로젝트를 수주한 교수들에 한해서 접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교수들이 임의대로 학생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입학도 하기 전에 지도교수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준다. 실제로 이번 신입생 장학금 수혜자인 A학과 학생은 “수업도 들어보지 않고 영문도 모른 채 등록금을 줄테니 내 연구실로 들어와서 일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당황했지만 대학원의 특수성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선발기준을 보면 성적평점이 학부 3.0이상, 대학원 3.5이상인 자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성적 이외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장학금 수혜대상자 선정을 교수에게 일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교수들은 연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 하겠지만 사적인 관계나 친분으로 장학금 수혜 대상자를 뽑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선발에 있어서 본교 출신과 타교 출신을 분리하여 선정하고 있으며 타교 출신이라도 우수한 학생들일 경우 선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대학원 부원장은 “이 제도가 본래 우수한 학부 졸업생들이 여건이 좋은 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향이 늘어서 연구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청자의 비율을 보면 본교 출신이 83.1%인데 반해 타교 출신은 16.9%에 그친 것을 볼 수 있다. 학교나 교수들이 본교 출신을 우대하고 선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타교 출신의 신입생들은 이런 제도가 있는지조차 알기도 힘든 상황에서 같은 조건의 수혜를 받기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제도는 거의 전무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 대학원이 학문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환경이나 인적인 면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임을 감안할 때 이번 신입생장학금제도는 시기적절하고 바람직하다고 본다. 타대학의 경우 공대에 입학하는 신입생 전원에게 등록금의 반액 정도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대학원 부원장과의 인터뷰에서도 앞으로의 신입생 장학금 확대계획에 대해 “재학생의 장학금에서 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신입생 장학금의 몫을 따로 배정하여 점차적으로 확대해 갈 것이다. 이렇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전체 신입생의 20~30% 수준까지 확대 실시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소통 가능한 제도로 거듭나길

하지만 이 제도의 확대에 앞서 무엇보다 선정기준이나 절차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계열이나 학과별 성적의 편차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장학금을 다양하게 분배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최대한 골고루 수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정기준도 보다 세부적이고 명확히 함으로써 장학금 수혜 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교수에게 수혜자 선정을 일임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선발을 한 사례가 적발되면 그 책임을 모두 교수에게 지도록 하고 연구비에서 장학금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대학원 측은 이번 신입생장학금제도가 단순히 학생들을 위한 수혜나 혜택이 아니라 우리 학교가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학교 측에서 순수하게 학생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배려하기를 바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학교의 발전이 곧 학생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생 모두 거듭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주체인 학생들과 학교 당국간에 의견을 좀 더 적극적이고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화진 편집위원 drum57@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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