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왼손잡이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다가 어떤 아이가 필자에게 ‘병신’이라고 놀린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어린마음에 단지 자기랑 밥 먹는 손이 다르다고 그랬던 것 같다. 개강호를 맞아 필자가 만난 이들은 왼손잡이가 아닌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이하 TG)이다. 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동안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나와 다르거나 잘 모른다고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내 마음 속에 맴돌았다. 흔히 TG는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이 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인터뷰한 이들은 FTM(Female to Male)으로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몸을 가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남성이기 때문에 한 가지의 완전한 성을 갖고자 하는 현(가명)씨와 무지씨였다. 현씨의 경우 아직 수술 전이고 무지씨는 현재 호르몬을 주입하고 있었다.
필자는 인터뷰에 앞선 통화만으로도 그들의 폐쇄적이고 조심스러운 태도에 다소 긴장했다. 혹시 겉모습을 보고 놀라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장소로 향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평범한 모습에 담담해졌다. 현씨는 현재 학생이고 ‘성전환자 성별변경 특례법 제정’과 관련해 공부하며 활동하고 있다. 법제정과 관련해서는 주민등록증과 공무상의 성별변경을 골자로 하며 그 조건은 ‘TG임을 나타내는 의사 2인 이상의 확인서’와 ‘생식기관이 없을 것’이다. 생식기관이 없다는 것은 그들이 육체적으로 원하는 성을 갖기 위해 맞바꿔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TG의 경우 ‘성정체성 장애’라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들에게 TG로서의 삶은 어떤 의미일까. 현씨는 어린 시절 ‘난 남자인데 왜 어른들이 인형을 사줄까’를 고민하고 형제의 몸을 보며 ‘나도 커가면서 고추가 자라겠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춘기 때 정신과 상담을 통해 성정체성을 확인하고 지금처럼 살고 있다. 그에게 삶의 의미는 꼭 TG로서가 아니라 정신과 육체가 일치하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삶이다. 다만 다른 이들과 달리 처음부터 이 둘이 일치하지 못해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를 겪는 것이다. 주변인에게 자연스레 커밍아웃을 했다가 “넌 그래도 여자야”라는 말을 들으며 강간을 당할 뻔하고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숨겨야만 하는 고통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했다.
무지씨의 경우도 치마교복 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갔다. 현재는 학업을 중단한 상태이고 친목 커뮤니티에서 현씨를 만났다. 무지씨는 주민등록증과 등본을 위조해서 취직을 했었다. 그러나 뜻밖의 아웃팅(스스로 밝히는 커밍아웃과 달리 예기치 못하게 알려지는 경우)을 당하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사우나에서 나오다가 맞은편 남탕에서 나온 직장상사와 마주친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TG임을 숨기다가 눈치를 챈 동료에게 털어놨지만 결국엔 회사에 TG라는 소문이 돌고 쫓겨나게 됐다. 이들은 현재 뜻이 통하는 다른 TG들과 함께 공식단체를 꾸리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이들이 음지로 숨어들고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있었다.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과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끝으로 하리수에 대한 생각을 묻자 TG를 알리는데 기여를 하긴 했지만 이쁘면 바꿔줘야지 하는 듯한 여론에서 외모지상주의적이고 왜곡된 사회적 담론을 엿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들이 지금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최화진 편집위원 drum57@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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