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과학
뇌, 우리의 영혼을 담는 그릇
최화진 편집위원  |  drum5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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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호]
승인 2006.03.15  16: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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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원 /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박사후연구원

인터넷에서 ‘누구누구의 뇌구조’라고 하는 유머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각자가 가진 그 속내와 중요성을 뇌 속에서 차지하는 크기로 표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특정 기능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존의 상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심리학자 폴 매클린은 프로이트의 ‘이드-에고-슈퍼에고’라 는 심리모형을 ‘뇌간-변연계-대뇌피질’이라는 해부학적 모형에 일치 시켰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이러한 단순화된 모델에 반대한다. 뇌의 각 부분에서의 세포대사활동량을 측정하는 PET(양전자방사단층촬영), 뇌안의 물질분포를 촬영하는 MRI(자기공명영상법), 뇌안의 혈류량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fMRI(functional MRI), 대뇌피질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MEG(뇌자기도측정법)으로 무장한 현대 뇌과학은 뜯어버리면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와 같았던 뇌를 열지 않고 관측하면서 뇌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매클린의 모델은 인간의 뇌를 지나치게 단순화 한 것으로 대뇌피질은 고등한 사고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관련하고 변연계는 동물적 충동이나 감정뿐만 아니라 기억과 대뇌피질의 활동을 조절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뇌의 활동이 1천억개에 이르는 뇌세포-뉴런들과 뉴런당 2만5천개에 이르는 뉴런간 접속이 이루는 신경망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상호작용이자 네트워크 전체 활동의 결과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뇌

또한 뇌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고정적인 실체가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도 뇌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의 늘어나는 기억이 그 증거이며 다양한 뇌 촬영술의 발달은 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명상과 같은 정신적인 노력과 훈련의 정도가 뇌파의 변화로서 확연히 감지가 되고 세타파 형태의 전류자극에 의해서 신경세포의 형성이 증가가 되었다는 보고는 성인의 뇌라고 하더라도 후천적인 노력과 자극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뇌는 무게 약 1-1.5kg정도의 기관으로 성인의 경우 대체로 체중의 2%정도를 차지한다. 크기는 이렇게 작지만 뇌는 전체 기초대사량의 40%를 차지하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기관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뇌로 가는 산소공급이 5분정도만 중단되어도 돌이키기 힘든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뇌가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신경세포의 독특한 작동방식 때문이다. 다른 체세포들과 달리 뉴런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신호를 받아서 처리한다는 점이다. 뉴런에는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와 다른 세포로 신호를 전해주는 부분인 축색돌기가 있고 신호는 대체로 수상돌기에서 축색돌기 쪽으로 움직인다. 이 전기적인 신호는 신경세포막 안팎의 전위차 변동을 통해서 전달되는데 신경세포는 이 전위차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이온펌프를 돌려야 한다. 이 때문에 뇌는 일을 하건 안하건, 생각을 하건 안하건 간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가장 입맛이 까다로운 기관이기도 하다. 다른 기관과 달리 뇌는 굶어 죽을 지경이 되기 전까지는 오직 포도당만을 섭취한다.
뇌가 이렇게 황송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맏형이라서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발생과정에서 여러 장기 중 가장 먼저 생성되는 우리 영혼의 그릇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육체의 뚜렷한 이분법을 믿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뇌가 영혼의 그릇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육체와 확연히 구별되는 영혼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 뇌 없이는 영혼이 이 물리적 세계에 물리적 실체를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의식적 노력을 통한 영혼의 고양

이는 여러 임상사례들이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고를 통해 뇌를 다친 사람은 기억이 변질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인격으로 변하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사람도 이러한 과정을 밟는다. 자폐인들의 경우는 좀 더 극적이다. 그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서 평균적인 일반인들과 다른 과정으로 뇌가 형성되고 그 결과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사고하게 된다.
템플 그린딘은 자폐라는 장애를 딛고 교수가 되었고 미국 내 동물 시설의 1/3을 설계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최근의 자서전에서 자폐아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대다수의 사람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었다. 일반인과 달리 그녀에게 사고의 주된 수단은 언어가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였다. 모든 감각이나 느낌은 그녀의 뇌 속에서는 영화와 같이 화면으로 넘어갔다. 그리하여 그녀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끼는 고통과 어려움을 느끼면서 모국어를 배워야 했다. 감정과 유머감각과 같이 시각화하기 어려운 것들은 그가 습득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인간의 감정과 언어 습득능력이 생래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자폐인들은 일반인들과는 다른 형태의 뇌를 가졌다고 봐야할 것이고 그 결과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색깔’의 영혼을 가지게 된 듯하다.
뇌는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이지만 그것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확장될 수 있다. 중독과 통제되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지고 깨질 수도 있지만 의식적 노력을 통해 더 단단해 질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정신과 영혼의 고양과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물리적인 증거이자 기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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