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듬살이 : 사회생활의 순 우리말)

문화란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개념이다. 그러나 문화라는 용어는 너무나 쉽게 사용된다. 문화라는 용어가 너무나 쉽게 사용된다는 지적은 그것이 정의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욱 더 쉽고 편하게 문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는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언어란 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 표현하는 대상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 표현하는 수단인 언어의 의미 역시 변화한다. 사람들은 문화를 정의내리기 보다는 그것을 실생활에 사용함으로써 그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사람들이 ‘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흔히 쓰이는 방식은 문화 앞에 수식어를 붙이고, 그 의미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문화 앞에 붙는 수식어는 주로 ‘대중’, ‘고급’, ‘대량’, ‘민속’, ‘지배’, ‘하위’, ‘소수’ 등이 있다.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화가 화두가 되면서 가장 자주 쓰이는 수식어가 ‘대중’이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 흔히 붙어 다니는 것이 ‘고급’이라는 수식어이다. 이 두 가지 합성어-고급문화와 대중문화-는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사람들이 문화의 의미를 만들어나가고 파악하게 하는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분은 문화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의미상 고급의 반대는 저급이다. 또한 대중의 반대는 소수라고 하는게 적당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은 고급문화를 교양 있는 소수가 향유하는 엘리트 문화를 지칭하는 것, 대중문화를 유치하고 세련되지 못하며 개성도 없는 다수가 향유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게 한다. 결국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구분은 분류적 의미보다는 평가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나아가 대중을 수동적이고 우매하게 전제함으로써 소수의 엘리트들을 특권화 하고 정당화 시키는 기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소수는 다양화 되고 차별화된 의미로써 상대주의적 개념이라기보다는 권력과 문화를 생산하는 능동성을 소유한 세계의 진정한 창조자이고 주인임을 천명하는 듯한 의미를 내포한 소수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대로 언어가 의미를 획득해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오히려 언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규정하기도 한다. 

허민호 편집위원 slnabro@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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