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3.25 수 18:01
기획사회
193호 [문화바람] 장애여성들의 능동적인 성문화 만들기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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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승인 2006.03.03  00: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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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호 [문화바람] 장애여성들의 능동적인 성문화 만들기
 

욕망하는 주체로 거듭나기
 

 

나김영정/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상담원

 

 

여성이라는 범주는 있되 타자화된 존재로서 존재 고유의 특성을 발견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여성의 긴 역사처럼, 장애여성은 여전히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닉하게도 장애여성은 성폭력을 당한다. 성폭력을 당하는 이유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장애는 더 쉽게 성폭력을 당하고 성매매를 당하며 대응에 있어서 무력하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심지어 정신지체여성의 성폭력을 다룬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이 나간 후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쉽게 성폭력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며 삶을 만들어갈 존재들을 냉랭하고 음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회는 장애와 여성을 필요에 따라 붙였다 떼었다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여성을 바라보는 냉랭하고 음탕한 시선들


‘정상적인 몸’에 대한 신화는 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사회는 장애여성에게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하기를 원하는지, 비장애남성에게 맞추어진 성문화로 인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대신 “그 몸에 그게 가능하냐? 임신은 할 수 있냐? 낳으면 키울 수 있냐?”라고 묻는다. 그녀들을 진정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녀들의 몸이 아니라 그녀들의 몸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비장애인중심적인 사회인 것이다.


장애여성이 자신의 성을 둘러싼 경험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한 이후 많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의 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번도 주변에서 장애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우리사회에서, 그러한 충격적인 사실들은 조금씩 사회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여성의 성문제를 단지 그녀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도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만족한다면 그녀들은 여전히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어떤 ‘소수자’에게 있어 세상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보는 세계와 패권을 가진 주체들이 보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의 사실과 상식이 누군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여성의 현실도 그러하다. 현실을 비판하고 재구성하려면 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장애여성공감>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가졌다. 여성과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는 교육과정과 매주 회원들의 세미나,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획된 3박4일간의 캠프, 이 모든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6호 잡지까지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또 말했다.


장애여성은 월경이 짜증스럽고 싫다고 말했다. 월경이 여성에게 재생산이 가능하다라는 표시로써 칭송될 때, 장애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고 재생산에서 배제돼있는 어느 장애여성에게 월경은 대부분의 비장애여성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연애에 대해서도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고민을 갖고 있었다. 비장애인 파트너가 자기를 동정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고민해야 하고, 비장애인과 혹은 장애인과 어떻게 서로의 몸과 장애에 대해서 바라보고 몸의 친밀감을 높여가야 할지 맞추는 과정도 험난하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별히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자위였다. 자위를 자신을 알아가고 몸을 사랑하는 과정으로 만들며, 외출이 어렵거나 파트너를 만나기 힘든 장애여성도 자위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고민을 나눴고 장애에 따라 어떠한 방법이 좋을지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캠프에서는 자신의 몸에 대해 명상하고 자신의 보지(여성의 성기를 ‘그거’라고 하지 말고 ‘보지’라고 이름을 붙여 당당히 부르자는 페미니스트 문화운동에 근거한다)사진을 찍어서 전시했던 공간과 피임과 자위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눴던 방이 많은 참여와 인기를 끌었다.

 

장애여성의 욕망을 끌어내고 공감하기


그러나 장애여성이 성에 관해 경험하는 많은 부분은 폭력과 관련이 깊었다. 데이트를 하는 자리에서 남편에게, 아버지에게, 외출하는 동안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이웃 남자들에게, 자원봉사자에게 당하는 성폭력. 그러한 성폭력의 경험들을 모아서 상황극을 만들었다. 그리고 캠프에서 여러 가지 폭력적인 상황들을 극으로 만들어 보였고 참가자들에게 극에 들어와 상황을 바꿔보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당당히 맞서 싸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가해자에게 꾸짖으며 혼을 내는 사람도 있었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애여성도 있었다. 그 극을 통해 다양한 장애와 상황에 따라 한번도 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기회도 됐다. 이 상황극은 지금까지 많은 기회를 통해서 활용됐다. 야외 행사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장애여성에 대해 알리는데 활용되기도 하고, 다른 단체 활동가들을 교육하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며 여전히 언어화되지 못한 장애여성의 경험을 끌어내고 공감하는데 쓰이고 있다.


올해는 장애여성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시급히 변화해야 한다고 통감한 폭력에 대해 같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폭력 피해자를 위한 집단상담프로그램은 서로 신뢰하는 소규모의 인원이 모여 폭력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폭력을 겪은 장애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상담방법을 함께 배워서 자신 내부의 힘을 키우는 기회가 됐다.


기존 성담론의 재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남성비장애인중심의 성담론을 성찰하며, 성에 대한 정상과 비정상, 가치있는 것과 가치없는 것이라는 성적인 위계들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서비스와 정책적 지원이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당당하게 요구되고 변화할 때 장애여성의 성적 ‘권리’는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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