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호 [시사기획] 진보진영의 대선방침을 듣는다 ②
2003-04-04 13:36 | VIEW : 1
 
96호 [시사기획] 진보진영의 대선방침을 듣는다 ②

진보정치연합 노회찬 대표와의 대담
선거연합을 통한 독자후보, 진보정당 건설의 교두보


류용선 정치학 석사3차


진보정치연합(이하 진보연합)은 과거 한국노동당과 민중당을 결성했던 진보정당추진위원회와 민중정치연합이 95년 9월에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진보정당 건설의 대의명분을 갖고 통합 출범한 정치조직이다. 진보연합의 노회찬 대표를 만나서 진보진영의 97년 대선방침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주


*먼저 진보연합의 정치방침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의 정치방침은 매우 분명합니다. 가능한한 빠른 시기에 진보정당을 건설하고 진보운동의 정치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치일정으로 97년 대선에는 독자후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임할 것이며, 2000년 총선 전에는 의미있는 진보정당을 결성하여 원내에 진입하는 것을 중장기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97 대선, 98 지자체선거, 2000년 총선 등의 정치일정이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죠. 결국 대선은 이후의 지자체선거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전초전이 되는 셈입니다. 한편 저 개인적으로는 재야의 정치조직, 예를 들어 전국연합, 진보연합, 전국노운협, 전국노련 등의 조직들에게는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만이 그들에게 남겨진 과제이며 이들이 주축이 되어야 독자세력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재야정치조직은 정치적 존립의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제는 노동조합운동이나 여타의 사회운동이 스스로 정치운동을 조직적으로 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의 수준을 너무 낮게 평가하시는 게 아닙니까? 지난 겨울의 총파업 때 보였 것처럼 우리의 노조운동과 대중운동은 매우 전투적이지 않습니까?


대중운동, 특히 노조운동이 전투적이란 것과 그것이 정치운동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것은 약간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벌이고자 하는 정치운동이 진보정당의 건설을 통한 진보적 정치영역의 개척이라고 할 때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어찌보면 우리의 경우 경제적 단결과 정치적 분열이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다 실용적 조합주의의 흐름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또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진보연합 등 재야정치조직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겠군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건설될 진보정당의 상은 어떤 것입니까?


우선 현재의 상황을 봅시다. 노동조합 등 현장에서의 정치의식은 과거보다 상당히 성숙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지지의 흐름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과거의 한국노동당이나 진정추의 노력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해야겠지요. 따라서 진보정당 건설을 통한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은 꽤 열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진보정당의 형태와 건설방법일텐데, 이와 관련해서 저는 노조운동 등 대중운동과 '함께 가는' 진보정당을 말하고 싶습니다. 함께가는 진보정당이란 것은 과거의 레닌주의적 전위정당을 지양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야의 정치조직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주축이 되는 진보정당 건설의 방식이 가장 가능하고 의미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광범위한 계급과 계층들(조직들)이 참여하고 함께하는 진보정당이 우리의 현실에 가장 타당한 조직의 내용이요, 건설방식이라는 것이 저희 진보연합의 입장입니다. 브라질의 노동자당 등 외국의 사례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은 과거 한국노동당, 진정추, 민정련 등의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활동 속에서도 전개된 바 있고 또한 92년 대선 당시에는 백기완씨를 독자후보로 내세움으로써 명백하게 전개된 바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면 어떤 면에서 다른지 말씀해주시죠.


그렇습니다. 과거 한국노동당, 민중당 등을 통해 수차례 전개한 바 있고, 또한 92년 대선에는 독자후보로 대선에 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과거의 활동들이 나름대로의 득실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먼저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진보정당 건설의 의미를 선구적으로 밝혔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그같은 의의가 현재의 조건 속에서도 여전히 의미있다는 점에서 과거 활동의 성과를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치세력화의 노력이 번번히 실패하면서 주요 활동가들이 지치고 그 세력 또한 약화됐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진보연합의 경우 과거보다는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그 세력, 특히 조직력은 약화되었지만, 지금은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적 조건이 훨씬 성숙되었기 때문에 과거보다 정치세력화의 가능성은 더욱 더 많다고 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진보연합의 대선방침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진보연합은 앞서 말씀드린 정치방침 대로 올 대선에 독자후보를 통한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진보연합 중앙위원회 차원에서는 독자후보방침이 합의되었고, 7월에 있을 대의원대회에서도 무난히 수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독자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재야의 정치조직과 사회운동단체들과의 합의과정에서 도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가장 유력한 인물이 되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에 선거연합조직을 결성할 것이란 점입니다. 당장 정당조직을 결성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선거연합조직의 형태로써 대선에 임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른 운동단체들과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중입니다. 예를 들어 전국연합의 경우 6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그런 방향으로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연합론 혹은 지역-계층연합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역-계층연합론은 황태연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주목해 볼 것은 그 논리의 변화 추이입니다. 처음에는 지역등권론으로 제기되다가 지난 겨울 총파업 이후 노동자계급의 힘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자 지역-계층연합론으로 바꾸어나가는 과정을 밟았던 것입니다. 이는 이론적인 타당성을 떠나서 수평적 정권교체론을 실천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그리고 대중들을 혹세무민하기 위한 교묘한 정치적 전략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리고 황태연 교수는 호남당을 지지하는 것이 독자세력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계급적으로 독립하여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길을 걷는 것이 소외된 대중의 이해를 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결국‘진보 대 보수’라는 정치적 대립이 가장 유의미한 방식일 것입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일고 있는 독자후보론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민주노총 내부에서 독자후보의 목소리가 강한 반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그만큼 독자세력화라는 대의명분이 현장에서부터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밝혔던 것처럼 이것이 과거와는 달라진 현실조건이지요.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의 독자적 세력화와 독자후보에 대한 입장은 그 타당성은 있을지언정 민주노총 독자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수준 때문이지요. 민주노총의 입장이 정치적으로 실현될 수 있으려면 광범위한 정치적 연대가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민주노총의 조직역량과 대중적 신뢰도, 그리고 상층지도부의 지도력을 의심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독자후보가 얼마만큼의 득표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92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는 24만여표를 얻었습니다. 당시 저는 백기완선거운동본부의 조직위원장이었는데, 제 예측으론 선거전부터 30만표 정도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결국 그 예상이 별로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틀립니다. 예측 자체가 상당히 복합적인 것이라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100만표 정도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수치는 최근에 만나 본 여러 정치, 사회인사들을 통해서도 이구동성으로 듣는 말입니다. 이 정도의 득표력이라면 향후 정치일정에 의미있는 세력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대선활동과 다른 단체들과 연대의 시기는?


7월에 있을 대의원대회에서 독자후보방침이 최종적으로 통과가 돼야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핵심 조직들은 전국연합, 민주노총 등이 될 수 있을텐데, 전국연합은 앞서 말한대로 6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무난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민주노총의 경우도 7월 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을 결정한다면 현재 지배적인 견해인 독자후보론으로 도출될 것 같습니다. 그런 연후에 이들 조직들을 중심으로 선거연합조직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겠지요. 후보선출은 제 생각에는 여당의 후보가 7월 21일에 결정난 후, 그리고 여타의 군소후보들이 출마하기 전 그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봅니다. 선거비용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선거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경우 지금은 독자후보론과 적극적 선거참여를 반대하는 다른 운동단체들도 추가적으로 참여하거나 광범위하게 지지할 겁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