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호 [사회비평] IMF와 노숙자 문제
2003-04-04 13:53 | VIEW : 28
 
110호 [사회비평] IMF와 노숙자 문제
IMF(I am Fine)노숙자와 IMF(I am‘F’)정부대책

김성천 교수 / 사회복지학


매일 신문지면을 가득 메우는 실직자 문제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실직자가 하루에 약 4천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현재 서울에서만 약 3천명의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직자 문제 중에서도 더욱 위급하고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는 것은 노숙자 문제이다. 노숙자는 IMF 이전에도 존재했던 소수의 전통적인 부랑인 노숙자와 IMF 이후에 양산되기 시작한 실직으로 인한 노숙자로 구분될 수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노숙자의 76%가 최근 6개월 동안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역에 모여 있는 노숙자의 약 80%가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일을 할 의사가 있는 노숙자라고 보고하고 있어 이들이 기존의 노숙자들과는 성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토착 노숙자 對 IMF 노숙자

‘대학사회복지관협회’에서 서울역 주변에는 1백40명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노숙자들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노숙자들의 연령은 40대가 30.1%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30대, 50대의 순으로 나타났다. 40대는 가장 일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이고 어린 자녀들의 양육에 드는 비용이 높은 시기여서 가정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고 아동의 시설보호를 유발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학력을 보면 고졸이 36.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졸 27.3%, 중졸 18.3%, 대졸 14.5%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응답결과를 볼 때, 학력이 높고 기능을 소유한 사람도 대량실업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노숙자로 전락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숙자 중 44.8%가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20.4%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상과는 달리 건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이들이 최근 실직으로 인한 노숙자이고 아직은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질병은 만성적인 감기, 알코올중독과 음주로 인한 위장장애, 폭력으로 인한 부상, 장애 등이었으며 대부분 중복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건강하다는 응답을 한 노숙자들도 열악한 노숙생활로 인해 짧은 기간내에 건강이 손상되고 근로능력이 없는 장기노숙자 또는 부랑자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긴급한 개입의 필요성은 예방적 측면에서도 더욱 절실하다.

이들의 실직 전 직업을 보면, 단순노무직이 30.4%, 기능직 27.5%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에 근무했던 한계계층 노동자로서 실직 이후에 사회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대책(고용보험, 실업자를 위한 융자, 생활보호 등)에서도 소외되어 있어 가족과 국가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지경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들은 노숙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실오라기같은 희망마저 잃어버린 데다 일인당 약 8백만원이라는 빚을 지고 있어 가족으로 복귀할 수도 없으며,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절망적 상황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기의 상태에 빠져 있다. 이는 범죄와 자살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IMF사태 이후 한국의 중산층이 양극화됨으로써 계급갈등의 문제를 야기시킬 가능성과 사회의 혼란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숙자들에게 현재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도움은 ‘취업’(60.2%), ‘경제적 지원’(16.1%), ‘숙식문제’(16.1%)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의 노숙자가 단순 부랑인이 아니라 한계실업계층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들이 노숙하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이 비자발적인 것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여러 자료에 입각해 볼 때 현재 급증하고 있는 노숙자의 경우 기존의 부랑인들과는 달리 경제활동의 기회만 주어지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근로의욕이 있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숙자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2백억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효과적인 대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현재 전국의 노숙자들이 모여들고 있는 서울역 부근에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체계적이지 못하고 중복적인 급식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어떤 날은 하루 저녁에 3끼 이상이 급식되고 어떤 날은 한 번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숙자들은 급식에 대해서는 큰 문제를 느끼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이 시급하게 바라는 것은 잠자리와 취업자리 그리고 의료서비스이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 의해 현재 6개의 노숙자를 위한 쉼터가 개설되어 이들을 분산보호하고 있지만, 예상과는 달리 현재 약 2백70여명의 노숙자들만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5월 30일 현재 전국적으로 노숙자 3백99명이 종교사회단체의 도움으로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사회복귀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정부는 올해 안에 약 60개의 쉼터를 개설하여 노숙자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청사진을 갖고 있지만 노숙자의 입소율이 낮아 그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숙자들이 이러한 대단위의 쉼터에서 받는 생활통제를 기피하기 때문이며, 노숙자들의 많은 수가 빚으로 인해 피해 다니는 신세여서 자신을 노출하는 것을 염려하고, 정부의 대책을 불신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실직 노숙자들은 자신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여 자신들이 기존의 부랑인과 동일한 취급받는 것을 매우 지적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고 있는 실직자를 위한 대책은 노숙자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은 것으로 거의 도움이 안되고 있다. 더욱이 민간기관이나 종교단체 그리고 관공서에서 제공하여 주는 취업정보서비스 조차도 노숙자에게는 도움이 못되고 있다. 특히 저학력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였던 노숙자의 경우는 아무리 이러한 곳을 찾아 다녀 보아도 단 한번의 취업자리를 얻을 수 없었다는 분노를 토로하는 경우를 우리는 면접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노숙자 해법, 동양적 가치 필요한터

그러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모색돼야 하는가. 현재 쉼터사업의 입소율이 낮다고 하여 여러 문제점에 방치되어 있는 노숙자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쉼터의 규모를 대단위 규모에서 10인 이하의 그룹홈 체제로 변환하여 가정적인 분위기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체제로 변환시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체제에 전문상담원을 두어 이들에게 적절한 취업자리를 알선하고 실직으로 인한 심리사회적 문제도 다루어주며, 기존 가족과의 관계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실직노숙자들이 서울역에서의 급식서비스나 잠자리에 익숙하여져 3D업종에 근무하지 않는 등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을 시급히 단절할 수 있는 전문적 대책이 요망된다. 이를 위해 전국에 3백여개에 이르고 있는 사회복지관과 종교기관, 사회단체들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재정지원과 전체적인 감독과 조정에만 신경을 쓰고 직접적인 개입은 민간단체들이 자율적으로 행사하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규모 그룹단위의 쉼터를 전반적으로 운영하고 조정할 수 있는 총괄기구가 결성되어, 자원동원 및 서비스 제공 창구의 체계화, 서비스 종류 및 내용의 균형화, 노숙자의 유형분류 및 욕구파악, 민간구제기관과 유기적 협조를 통한 직업알선 및 정보소개(구인 및 구직의 종합적 취합), 가정해체를 예방하기 위한 전문가족상담 제공, 도우미를 통한 서비스의 제공을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이러한 노숙자들을 위한 대책은 긴급하고 일시적인 사후 대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노숙자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 생할보호법이 인구학적인 요인의 고려와는 상관없이 빈곤의 정도에만 입각하여 최저생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하고, 지금과 같은 대량 실업의 사태에 대비하여 저소득층을 위한 실업부조대책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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