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 [시사포커스] “나는 No動者이다”
2003-04-04 13:54 | VIEW : 23
 
111호 [시사포커스] “나는 No動者이다”

호한용 / 편집위원


지난 2월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정당형태로 전환한 국민승리21은 ‘지방자치 혁신’을 위해 이번 지방자치선거에 임했다. ‘주민복지 향상’과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 ‘지역 자원의 실업 극복’을 위해 지방선거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 국민승리21의 주요한 활동방향이었다. IMF 금융위기에 의해 초래되고 있는 ‘실업문제’를 초점으로 ‘노동조합 정치활동의 자유’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것이 이번 지방자치선거를 임하는 목표이다. 선거결과는 어떠했는가. 우선 전체 당선율은 45%(22명 당선/49명 출마)를 기록했다. 애초에 50%를 예상한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초단체장은 3명(울산 북구청장 조승수, 울산 동구청장 김창현, 남해 군수 김두관) 모두 당선되어 1백% 당선율을 기록하였고, 광역의원은 6명 중에 2명(울산북구 의원 이상범, 울산동구 의원 조규대)이 당선되어 33.3%를 기록하였으며, 기초의원은 40명 중에 17명이 당선되어 42.5%를 기록하였다.

선거평가는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52%라는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후보가 출마한 지역의 투표율은 15~20%가량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낮은 투표율이 단순히 정치적 무관심을 반영한다기 보다는 보수정치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당선후보가 대체로 울산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노총·국민승리21이 울산과 같은 노동자집중 지역에 임한 전략적 방침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임에도 기업후보를 선택했던 지난 선거양상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동아일보에서 화제의 당선자로 보도한 울산북구청장 조승수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선거에서 울산북구 유권자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근로자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어요. 선거기간 중 불거진 현대의 정리해고 문제가 이번 선거의 최대변수였죠. 앞으로도 근로자의 편에 서서 정리해고 문제에 탄력있게 대응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이제 노동자는 정치적인 ‘No動者’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국민승리21의 태도 역시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보다 명확해진 듯하다.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추상적인 구호보다는 고용안정·실업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흔적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승리21은 제3정치세력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국민회의나 한나라당의 성과에 비한다면 실로 약소한 것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유력한 정치세력이었던 국민신당이 기초단체장 1명 당선(의원 0명)에 그친 것과 비교해 보면 이는 분명하다. 그간 언론의 냉담한 반응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결과는 소중한 가치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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