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시사포커스] 삼성불매운동
2003-04-04 13:57 | VIEW : 27
 
114호 [시사포커스] 삼성불매운동
OH! 쎄리 박 vs NO! SAMSUNG

호한용 / 편집위원


‘IMF 노숙자’. 노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숙자의 새로운 유형(?)은 새로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얼마전 일가족이 동반자살을 하는가 하면, 집단적인 절도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민영화’라는 허울좋은 원칙아래 ‘가족사랑’, ‘이웃사랑’, ‘나라사랑’의 힘만을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IMF 사태의 별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IMF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할 뿐. 결국 거리를 활보하는 노숙자에게 줄 것은 범죄에 대한 엄격한 규율과 자선단체의 훈훈한 선심밖에 없없던 셈이다.

언제나 해결책은 이랬다. “뭉치면 산다, 참아야 한다, 근검절약해라, 네 이웃을 사랑해라 등등.” 실제로 IMF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면, 해결책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노숙자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수혜적’인 관점 일색이다. ‘21세기위원회’라는 TV프로그램의 ‘칭찬릴레이’에서 보여지듯이, ‘은혜베풀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21세기의 비전인가.
얼마 전부터 ‘삼성불매운동(NO! SAM-SUNG)’이 전개되고 있다. 박세리의 선풍적인 인기 못지않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충 배경은 이렇다.

지난 3월27일부터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지구에서 삼성건설의 잔혹한 강제철거가 있었다. 현재 서울에서만도 500여건의 강제철거가 진행되고 있는데, 도원동의 경우는 철거용역과 공권력이 철탑망루의 농성자 30여명을 상대로 생활에 필요한 수도와 전기를 차단한 채, 주민들을 28일동안이나 감금시키는 등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전국철거민연합 등 30여 단체가 참여하는 ‘도원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결성되었고, 5월15일 삼성본관 앞 집회를 통해 도원동 강제철거 책임규명을 위해 ‘삼성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도원동 비대위’의 말을 들어보면, ‘삼성불매운동’은 비단 도원동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전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도원동 비대위’는 삼성불매운동이 “삼성을 첫번째 타격지점으로 삼음으로써 ‘재벌해체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며 노동운동 탄압의 선두에 서고 있는 삼성을 공략함으로써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삼성불매운동’은 ‘범국민운동본부’가 결합하여 광범위한 대중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삼성불매운동’이 얼마만큼 조직적·대중적 성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현재 고실업상태가 단기간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이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일찍이 70~80년대 서구에서 나타난 ‘인식자본(좁게는 연구기술자본, 넓게는 레저·영화·미디어 따위를 포함하는 기술문화자본과 맞물려 축적되는 자본; 이의 문제는 만성적인 고실업상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이 한국에도 상륙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실업대책과 근본적인 재벌개혁은 더욱 촉구되는 바이다. 인터넷 http:// www.nosamsung.org. 문의 766-5564(전국철거민연합), 921-0587(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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