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호 [시사포커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2003-04-04 13:58 | VIEW : 35
 
117호 [시사포커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시민권, ‘이주노동자 국제조약’ 비준에서부터

호한용 / 편집위원


‘외국인노동자(foreign worker)’는 현대적 개념이다. ‘외국인노동자’라는 개념 만큼 ‘자본의 세계화’를 반증해 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사회단체에서는 ‘외국인노동자’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불법노동자(illegal worker)’라는 용어 역시 ‘단지 문서상으로 등록되지 않은 이주노동자(undo-cumented migrant worker)’로 통용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인종적인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개념을 지양하기 위함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발리바르에 의하면, 민족국가 안에서 개인들은 민족성원이라는 가상적 공동체로 호명된다. 이러한 호명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의해 ‘민족’의 동일성, 즉 ‘종족성’이 역사적으로 산출된다. 즉, ‘종족성’은 학교제도에 의해 매개적으로 산출되는 ‘국어’라는 공동의 코드를 통해 산출되는 언어공동체와 가족제도에 의해 매개적으로 산출되는 상징적 혈족의 절합에 의해 산출된다고 한다. 여기에 바로 ‘수천년에 걸친 단일민족=단일인종=단일언어’라는 단순도식이 성립하는 배경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순도식은 ‘시민권’을 부여하는 잣대로 군림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외국인노동자가 불법체류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백해진다.

사실 ‘이주노동자’는 민족형태가 갖고 있는 동일성의 논리를 극복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이 각각의 사회단체에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표준화된 국어’라는 공동의 코드를 산출하는 언어공동체를 극복하는 민중공동체가 (적어도)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민족국가 안에서의 가상적 소통을 극복할 수 있는 초민족적 교통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사실무근이 아니다. 혹자는 너무 비약적인 표현이라고 비아냥거릴 지 모르지만, 현재 형성중에 있는 아시아지역의 민중네트워크라든가, 국내의 이주노동자관련 사회단체만 해도 헤아릴 수 없는 지경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이하 외노협)’이다. 그간 ‘이주노동자’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사안은 ‘산업기술연수제도’의 개선문제였다. 이 제도는 허울만 연수제도이지, 사실은 ‘이주노동자’를 근로자 이하의 인간쓰레기로 전락시키는 제도에 불과하다. 사실 ‘이주노동자’는 보수 등의 측면에서 ‘연수생’보다는 ‘불법체류자’이기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러한 제도적인 측면은 ‘민족’의 동일성의 논리를 잘 보여준다. ‘이주노동자’는 ‘인간’일 수도, ‘시민’일 수도 없는 것이다.

이에 ‘외노협’에서는 ‘이주노동자와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조약’의 효력발생을 위한 비준캠페인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조약을 수용하고 있지 않은 터라, 12월경에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캠페인이 상정하는 것은 이렇다. 민족형태가 산출하는 배타적인 논리를 넘어서, 인간이면 시민일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것이라 할까. 문의 744-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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